[단독] 장애인택시 기름값 가로챈 주유소…'혈세' 줄줄 샜다

입력 2023-11-01 13:52   수정 2023-11-01 14:05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에 유류를 공급하는 협약을 맺은 '협약주유소' 중 일부가 기사들과 담합해 기름 가격을 올려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그 대가로 기사는 물품과 서비스 등을 제공 받았다. 이런 비위행위가 장기간 이어졌지만 공단의 감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들은 공단 소속 정규직 직원이다.

1일 소영철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입수한 서울시설공단에 대한 서울시 감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용산구 A주유소에서 42명의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이 총 468회에 걸쳐 정상 판매가(오피넷 공개가) 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주유했다.

해당 주유소의 당시 '오피넷' 공개가는 경유가 리터당 1800원이지만 장애인콜택시만 리터당 2230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경유·휘발유 2만 2607리터, 총 5100만원 이상을 주유했고 초과 결제된 금액은 345만 6000원에 달한다.

공단과 주유소들이 맺은 협약에 따르면 협약주유소는 정상 판매가 보다 2.88% 할인해줘야 하는데 되레 더 비싸게 판매한 셈이다.

기사들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 올해 3월 25일 새벽 해당 주유소를 이용한 한 장애인콜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기사가 주유 중 주유소 직원을 따라 사무실로 가 진열대에서 과자 1박스를 고르고 차량으로 돌아온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기사는 경유 66리터를 주유했는데 당시 정상판매가 1800원보다 430원 높은 리터당 2230원을 냈으니 2만8380원을 부당하게 추가 계산한 셈이다.

조사 결과 기사들은 주유소 직원의 권유로 ‘별도 카드’를 발급 받은 다음 이 카드를 통해 세차, 과자, 라면 등 서비스나 물품 수령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에게 "주유소가 345만6000원의 초과 이득을 얻은 행위는 형법상 사기에 해당하므로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및 고발 등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은 819명이다.

실제로 소영철 의원이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주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사한 사례가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 중구의 모 주유소는 수년 동안 협약주유소들의 평균 유가 보다 리터당 최대 600원 이상 높게 주유비를 청구했지만, 기사들은 2019년 540회(결제금액 5084만원), 2020년 425회(결제금액 3848만원), 2021년 585회(결제금액 5864만원), 2022년 193회(결제금액 1973만원)나 주유했다.

하지만 서울시 감사가 시작되면서 올해 해당 주유소에서 한 주유는 한 차례에 그쳤다. '위치'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해당 주유소를 사용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유류비 청구에 대한 공단의 감시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협약에 따르면 협약 주유소의 월 평균 판매가가 주유소 소재지(시군구) 월 평균가보다 분기당 2개월 이상 105%를 초과하면 협약을 해지해야 한다. 하지만 시군구 평균 주유가의 105%를 훨씬 웃도는 주유소들이 공단의 방치로 장기간 협약 주유소 지위를 유지해 온 사례가 여럿 적발됐다.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모 주유소는 오피넷 가격 조차 타 주유소에 비해 700원 이상 높은 데다 협약 주유소 중 가장 비쌌지만 2019년 156회, 2020년 183회, 2021년 163회 주유되는 등 주유 빈도가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혈세가 줄줄 샌 것이다.

소영철 의원은 “시세 대비 결제단가가 지나치게 높은 주유소를 중심으로 전수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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