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속 '숨은 사계' 찾기

입력 2023-11-02 19:26   수정 2023-11-30 16:25



색(色)은 한때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예컨대 보라색이 그렇다. 보라색은 천연원료에서 추출해내기 어렵다. 이 희소성 덕에 보라색은 예부터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졌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보라색을 ‘황제의 색’으로 명명했고, 네로 황제는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이 보라색 옷을 입으면 사형에 처하겠다고까지 했다.

현대의 색은 과거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신분이나 집단이 아닌, 개인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색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 개인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한다.
대통령도 활용한 ‘퍼스널 컬러’

나와 어울리는 색을 찾아 매치하는 건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 1960년 미국 대선에서 언변이 뛰어난 리처드 닉슨을 제치고 승리한 존 F 케네디가 그걸 증명했다. 명도 차이가 큰 흰색 셔츠에 검은 슈트를 입고, 얼굴을 갈색으로 태닝해 TV 화면에 얼굴이 더 선명하게 나오게 했다. 미국 사상 첫 대선 TV토론회(당시 흑백)에서 케네디는 ‘젊고 활기찬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데 성공했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일컫는 말, 퍼스널 컬러다. 퍼스널 컬러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 태생 화가이자 독일 바우하우스 교수이던 요하네스 이텐이 그 시초다. 초상화를 잘 그리는 방법을 연구하던 이텐은 개인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에 따라 어울리는 색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계절 안에 모든 색채의 근원과 조화가 숨어있다고 보고, 이에 바탕을 둔 색채 분류법을 고안해냈다.

대중적으로 퍼스널 컬러가 인기를 끈 건 1980년 미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 <컬러 미 뷰티풀>이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다.
노란 빛 띤다면 웜톤, 푸른 빛 띤다면 쿨톤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계절 분류법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에 대입해 퍼스널 컬러를 나눈다. 개인의 피부·눈동자·머리카락의 바탕색이 노란빛을 띤다면 웜톤, 푸른 빛을 띤다면 쿨톤이다. 웜톤은 또다시 봄·가을, 쿨톤은 여름·겨울로 나뉜다. 봄 웜톤은 오렌지·옐로·피치 계열의 따뜻한 색과 밝은 명도의 배색이 잘 어울린다. 여름 쿨톤은 청회색·베이비핑크(파스텔톤의 분홍) 등 명도는 높고 채도는 낮은 색이 적합하다. 가을 웜톤에게는 카키·브라운·골드 계열의 색이, 겨울 쿨톤에게는 밝은색과 어두운색의 대비가 강한 배색과 선명한 원색이 대체로 어울린다.
아모레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내 색깔 찾기’
한국에서 퍼스널 컬러 열풍이 시작된 건 2010년께다. 뷰티업계에선 당시 ‘웜톤이면 오렌지색 립스틱, 쿨톤이면 핑크 립스틱’과 같은 단순한 분류법을 내놨는데, 최근엔 개인의 피부 톤을 세밀하게 측정해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맞춤형 메이크업 파운데이션·립 서비스도 그렇다. 나만의 퍼스널 컬러를 찾아 헤매는 ‘컬러 헌터’들에게 서울 성수동 아모레성수 플래그십스토어가 성지로 꼽힌다. 피부톤에 가장 잘 맞는 파운데이션을 제조해주는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어서다. AI로 정확한 피부톤을 측정한 후 아모레 뷰티 브랜드 헤라의 인기 제품 실키스테이파운데이션의 125개 색상 중에서 개인의 피부톤에 최적화된 색상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곳엔 아모레퍼시픽의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 톤워크의 립 제품 서비스도 있다. 메이크업 전문가와 상담하면 제형(부드러운 벨벳 혹은 촉촉한 글로스 제형)과 색상, 향까지 취향에 맞게 미세하게 고를 수 있다. 이렇게 결정된 색상 정보를 기계에 입력하면 선택한 제형에 잉크가 자동으로 혼합돼 제품이 완성된다.

양지윤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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