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가 근·현대사에서 패권을 잡은 이유로 사상의 우월성을 꼽는 경우가 있다. 결국 힘은 정당성을 이기지는 못한다는 뜻이다.독재와 테러는 한동안, 어쩌면 오랫동안 우위에 설 수 있겠지만 자유와 정의를 향한 인간의 열망을 완전히 꺾지는 못한다. 단 정당함을 향한 열망이 독재자의 강압보다 강하긴 하지만 늘 올바름이 무력을 이기는 건 아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를 수 있다.
돌아보면 역사는 자유와 평화를 향한 곧은 직선과 같은 여정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진보와 후퇴, 빛과 어둠, 문명과 폭정의 시기를 무작위로 거치는 듯 보일 수 있다. 아테네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지 2000년이 지난 뒤인 16세기에 그리스는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게 됐다. 로마 공화정은 현대적인 의미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공화정의 법률과 제도는 나중에 현대 미국에 영향을 미쳤다. 로마 공화정은 곧 황제 개인의 독재 체제로 바뀌었고 큰 혼란을 낳았다.
냉전 시대에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서방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력뿐 아니라 가치관이 역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실질적인 힘이 없었다면 결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속해서 군사력을 확장하고, 전략을 세우고, 반복해 인명을 희생하지 않았다면 서방은 가치관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독재 국가들은 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이란 그리고 변덕스러운 독재자와 파괴적인 무기를 가진 북한이 그 예다. 이들 국가는 서방의 쇠퇴와 분열 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이란의 대리인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저지른 잔학한 범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워 얻어낸 가치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사상과 가치관만으로는 지금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정신적인 가치 자체가 현실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직시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The Enemies of Freedom Are Deadlier Than Ever’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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