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값 뛰자 후원 '뚝'…꺼져가는 '온기 나눔'

입력 2023-11-03 18:13   수정 2023-11-04 00:33


연탄으로 난방하는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올해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운임 등 물가 인상으로 연탄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연탄 기부도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배달비 인상에 연탄기부 줄어
3일 사회복지재단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은행이 올해 1~10월 취약계층에 배달한 연탄은 149만4969장으로 집계됐다. 작년 1~10월(206만7081장)보다 27.6% 감소한 규모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약 250만~300만 장을 배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작년 전체 배달 연탄 402만6609장과 비교하면 25% 이상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은 연탄 기부 또는 기부금을 받아 취약계층에 무료로 연탄을 배달하는 재단이다. 올해는 기부금 부족과 연탄 가격 인상 등으로 취약계층이 필요한 양을 전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탄 배달비를 포함한 소비자가격이 많이 올랐다. 올해 연탄 가격은 장당 950~1000원 수준이다. 작년 이맘때보다 100원 이상 올랐다. 제주도와 울릉도 등 일부 지역에선 장당 1200원이다.

연탄 가격 상승은 인건비와 유류비가 오른 데 영향을 받았다.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2018년부터 연탄 가격을 장당 639원으로 동결하고 있지만 이를 취약계층에 배달하는 과정에서 운임이 크게 올랐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대부분의 구매가 배달을 통해 이뤄지는데 취약계층의 상당수가 고지대에 거주해 배달비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연탄공장 폐업에 배달 지역도 넓어져
연탄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공장당 배달해야 하는 지역이 넓어진 것도 문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19년 39곳에 달한 전국 연탄공장은 지난해 25곳으로 줄었다. 광주 남구에 있는 남선연탄도 올여름 폐업을 결정하는 등 매년 문을 닫는 공장이 늘고 있다.

김성식 삼천리연탄 전무는 “대부분 연탄공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장당 가격안정지원금 148원이 없으면 경영을 지속해 나가기 어렵다”며 “문을 닫는 공장은 늘고 배달 지역은 넓어져 운임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후원금도 줄어들고 있다. 연탄은행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9~10월 35만 장가량이 후원됐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17만 장 수준에 그치며 절반 이상 줄었다.

연탄 기부 급감으로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는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올해 전국의 연탄 사용 가구는 7만4167가구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을 때는 가구의 86%가 기초생활수급 대상(2만4327가구) 등 저소득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월 소득 30만원 이하, 평균 연령 80세 이상 경제적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연탄 사용 가구가 11~2월에 필요한 연탄은 550장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 중계본동 백사마을에 거주하는 안모씨(84)는 “배달비를 포함해 겨울나기용 연탄 비용이 지난해보다 10만원가량 오른 55만원이 됐다”며 “하루 6장 사용하는데 이를 줄여야겠다”고 했다.

연탄은행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허 대표는 “올해 말까지 최소 100만 장 추가로 확보한다고 해도 45만 장 이상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 예산이 줄고 있는 만큼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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