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옥타 무대는 글로벌…K 경제영토 넓히는 데 앞장설 것"

입력 2023-11-05 18:10   수정 2023-11-06 00:22


“명함이 새로 나왔습니다.” 명함의 앞면과 뒷면에 적힌 직함이 달랐다. 앞면엔 월드옥타 회장, 뒷면엔 영산그룹 회장 직함이 인쇄돼 있었다. 지난달 26일 사단법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에 당선된 박종범 신임 회장(66) 얘기다.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것 같았다.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영산그룹 서울사무소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박 회장에게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글로벌’이었다. 박 회장은 “1년에 최소 22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한다”며 “글로벌 경제 현장을 워낙 많이 누빈 까닭에 숙면이 가장 익숙한 공간이 비행기”라고 말했다. 사무실 벽면에는 알제리, 모스크바, 상하이, 빈 등 세계 각지 시각에 맞춰진 시계와 세계지도가 가득했다.

월드옥타는 최대 규모 재외동포 경제단체다. 세계 67개국에 146개 지회가 있다. 정회원 수 7000여 명에 차세대 경제인 회원 수는 2만8000명을 웃돈다. 박 회장은 선거에서 총 296표 중 256표를 얻어 8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제22대 회장에 당선됐다.

2017년 상임이사로 선출되면서 월드옥타와 인연을 맺은 박 회장은 그동안 쌓은 경영 노하우를 총동원해 동포와 조국을 위한 마지막 봉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협회의 조직력 강화를 위해 정확한 회원 명부 등 데이터베이스(DB)를 재구축하고 소수 지회의 활성화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월드옥타 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벌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온난화와 산불, 지진 등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도 심화하는 등 경제적인 측면에선 좋은 소식이 없습니다. 수출로 성장해온 한국 경제가 이처럼 큰 도전에 직면한 적은 없습니다. 엄중한 시기에 당선돼 기쁨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월드옥타의 역할이 커질 겁니다. 한국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는 동력을 만들기 위해 옥타의 선장으로서 현장에서 발로 뛰겠습니다.”

▷월드옥타는 어떤 조직인가요.

“월드옥타는 42년 전(1981년)에 설립됐습니다. 낯선 해외에서 고생해가며 경제 기반을 닦은 한국인들이 고국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자발적으로 출범시킨 것이 시초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사들이고, 강력한 네트워킹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기 위해 애썼습니다. 선배 경제인들이 현장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멘토링해 고국의 차세대 경제인을 육성하는 것이 존재 이유입니다.”

▷선거 홍보물에 ‘섬김과 봉사의 리더십’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경영할 때도 섬김과 봉사의 마음을 잊지 않습니다. 저는 세례명이 카르멜로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갈멜산(카르멜산)에서 따왔습니다. 엘리야 선지자가 갈멜산에 올라가 기도하자 메마른 땅에 비가 내린다는 내용이 성경에 나옵니다. 회사 이름을 ‘영산’이라고 지은 이유도 같습니다. 갈멜산이 영산(靈山)인 게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제 고향이 영산강 상류입니다. 세 번째는 ‘영변의 약산’의 준말이기도 합니다. ‘영산’이란 이름은 신앙적인 삶, 고향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삶, 미를 추구하는 삶 등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세 번째 의미인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 간 교류를 풍성하게 합니다. 영산그룹은 산하 문화기획사인 WCN을 통해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이끄는 등 문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유럽 출신 회장입니다.

“저는 2010년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장을 필두로 한인문화회관을 만들었고, 2011년부터 유럽한인총연합회장을 하면서 분열됐던 유럽한인총연합회를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2015년부터 6년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럽·중동·아프리카 부의장도 지냈습니다. 저는 42년 월드옥타 역사상 최초의 유럽 출신 회장입니다. 회원들이 저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월드옥타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월드옥타의 무대는 전 세계입니다만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월드옥타는 해외에 촘촘한 한인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국제 정세가 어려울 때 오히려 월드옥타 같은 글로벌 경제단체가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지난번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월드옥타 네트워크를 활용해 2년 치 요소수를 불과 2주 만에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바뀌는 대전환기에 월드옥타의 네트워킹을 활용해 위기를 넘고 화합을 이뤄내겠습니다.”

▷월드옥타 집행부 구성에 변화가 눈에 띕니다.

“이번에 집행부 부회장단을 구성하면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담당 부회장직을 신설했습니다. 경제인이 사업만 잘해선 안 됩니다. 장학, 문화예술 지원, 불우이웃 돕기, 중소기업 판로 지원 등 사회적 책임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더 나아가 CSR 부회장은 기후 문제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재외동포청과의 협력이 중요해 보입니다. 어떻게 협력할 계획입니까.

“재외동포청은 동포사회의 숙원이었습니다. 동포 정책의 수혜자를 넘어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겠습니다. 750만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전 세계에 수많은 무역거점이 마련됩니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한국 중소기업과 현지 재외동포 기업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겠습니다.”

▷현재 영산그룹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요.

“외환위기 이후 1999년 오스트리아에 회사를 세우고 무역업, 물류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한국산 사탕 포장지를 우크라이나에 납품했습니다. 순탄할 줄 알았는데 163만달러(약 22억원)어치 품질 클레임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사업이 중단돼 심적 고통이 컸습니다. 두 번째 위기는 2008년에 왔습니다. 당시 영산그룹 매출이 1조원까지 올라갔는데 곧바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습니다.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공장이 멈추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늘 있습니다. 회피하면 안 됩니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판단하다 보면 답이 나옵니다.”

▷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안을 정확히 볼 수 있는 통찰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판단력과 실행력, 세심함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최고경영자는 고독한 위치입니다.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모든 최종 결정을 혼자 해야 합니다. 통찰력을 확보하려면 현장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1년에 220일 이상 출장을 다닙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지구를 두 바퀴 반 넘게 돌았습니다. 답이 현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단체가 꼽힙니다. 월드옥타의 격을 높여 국내 7대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갖추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가면 항상 동포간담회를 합니다. 그 자리에 오는 사람들이 전부 월드옥타 회원입니다. 7대 경제단체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봅니다.”
세계한인무역협회는 146개 지회, 회원 7000명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는 1981년 ‘한국 상품 구매와 수출 활성화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는 목표 아래 16개국 101명의 재외동포 무역인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해외 67개국에 146개 지회가 있다. 정회원 수 7000여 명에 차세대 경제인 회원 수는 2만8000명을 웃도는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네트워킹, 취업 등을 지원하는 한편 코로나19 확산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케팅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원격 온라인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월드옥타 소속 한인 경제인들은 ‘해외 금 모으기 운동’을 적극 전개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때는 대구·경북 의료진에 마스크 20만 개를 기부했다.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 때는 회원들이 활동하는 주요국에서 2년 치 요소수를 확보해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교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박종범 회장은

△1957년 광주광역시 출생
△조선대 경영학과 졸업
△조선대 정치학 명예박사
△1996~1998년 기아자동차 오스트리아 법인장
△1999년~ 영산그룹 회장
△2011~2016년 제13·14대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
△2017년~ 세계한인무역협회 상임이사
△2023년 한국-오스트리아 친선협회 명예회장
△2023년 세계한인무역협회장


강경주/맹진규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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