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전남 여수 국동항. 어선 세 척에서 스물네 명이 내렸다. 한국인 선장 등을 빼고 스무 명 남짓한 이들 중 외국인은 16명.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인이 14명이었다. 72t급 안강망 어선인 태성호 선주 박희동 씨(76)는 “선장을 빼고 선원 다섯 명이 모두 인도네시아인”이라며 “인도네시아인 선원이 없으면 근해어업은 멈출 판”이라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먼저 한국에 정착한 동포와 정보를 교류해 특정 지역, 특정 업종으로 향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외국인 선원이 늘어난 것 자체는 1990년대 이후 꾸준한 현상이지만 이들의 국적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엔 중국동포 유입이 많았고 이후 중국인으로 대체됐다. 2010년대에는 베트남인이 급격히 늘었다가 최근엔 인도네시아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토 전역이 섬인 인도네시아는 선원을 길러내는 학교가 20여 곳에 이르는 세계적 선원 수출국이다. 한국에서 뱃일을 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정보가 온라인 등에서 구체적으로 공유되면서 인도네시아 뱃사람들이 꾸준히 한국행을 택하는 특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인도네시아인 선원 하빕(27)은 “힘들긴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받는 것보다 기본급(약 200만원)이 두 배쯤 되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어선 기관장 정모씨는 “인도네시아인은 뱃일에 익숙해 한 선박에서 비교적 오래 일하는 편”이라며 “고기가 잘 잡히면 월 400만~500만원씩 버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몽골 사람은 대개 한국 생활 1년여면 한국어를 꽤 할 수 있다. 몽골인 이사 노동자의 하루 일당은 보통 때는 15만~16만원, 봄·가을 성수기엔 20만~21만원으로 올라간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이들은 내국인 4~5명이 할 일을 2~3명이 끝내기 때문에 일당을 3만~4만원 더 받기도 한다.
울란바토르 출신 멘데(35)는 “몽골에선 대졸자가 월 100만원을 벌면 아주 잘 버는 것인데, 한국에선 대학 졸업장 없이 하루에 15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몽골 이사치드’(이삿짐 나르는 몽골인들)의 회원은 3200명이 넘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이 러시아에 대한 신차 수출을 제재하면서 중고차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으로 수출된 중고차는 2021년 월평균 373대에서 지난해 1939대로 다섯 배 가까이로 뛰었다. 같은 기간 러시아로 수출된 중고차도 월평균 197대에서 1636대로 여덟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고차업체 마나스트레이딩의 우르마트 대표(카자흐스탄)는 “카자흐스탄에서 바로 차를 사는 것보다 한국에서 수입해 타는 게 30%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지 무역상사가 SNS로 고객을 모으면 한국 측 중개인이 차량 검수와 발송을 하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인스타그램에 러시아어로 ‘한국 중고차’ 등을 검색하면 홍보 페이지 수십 개가 뜬다.
이 밖에 농업이 익숙한 베트남 남성들은 농촌에서, 손재주가 뛰어난 태국인 여성은 화장품 제조 등 경공업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인은 조선소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최해련/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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