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네 번 나르던 편의점 도시락, 3회로 줄인 이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4-02-05 07:04   수정 2024-02-05 10:12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⑪에서 계속
오는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화물이 멈추는 '물류 2024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기업은 트럭 화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트럭 운전기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보다 확실한 방법은 화물을 덜 자주, 더 천천히 나르는 것이다. 일본 편의점 도시락은 매일 네 차례 새로 공급된다.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가을부터 도시락과 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의 배송횟수를 1일 4회에서 3회로 줄였다. 로손도 도시락 등의 배송횟수를 1일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컵라면과 과자류 같은 가공식품의 공급 기간은 당일에서 다음날로 늦췄다. 지금까지는 일본 전역의 2만여개에 달하는 세븐일레븐 점포가 본사에 컵라면과 과자를 주문하면 그날 바로 물량을 배달했다. 이제부터는 하루 늦춰 다음날 공급한다.

배송 횟수와 속도를 줄이는 대신 한 번에 나르는 양을 늘리기만 해도 40%를 밑도는 트럭 적재율을 높이고, 필요한 운전기사와 상품 진열에 필요한 편의점 종업원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



일본 최대 택배회사인 야마토운수는 2023년 6월부터 익일 배송 지역을 줄였다. 도쿄 기준으로 익일 배송이 안되는 현청 소재지가 20%에서 40%로 늘었다.

트럭 의존도를 줄이거나 아예 트럭을 쓰지 않는 '모빌리티 시프트'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1위 마요네즈 회사 큐피는 2018년부터 일부 장거리 운송 구간의 운송 수단을 트럭에서 페리로 전환했다. 아사히맥주도 10t 트럭 65대 분의 화물을 나를 수 있는 화물열차를 활용해 주력 맥주인 슈퍼드라이를 배송하고 있다.

일본 최대 생활용품업체 가오는 2022년 10월부터 와카야마현 와카야마공장에서 수도권 각지의 물류거점으로 나르는 운송수단 일부를 트럭에서 선박으로 변경했다.



일본인의 주식인 쌀도 덜 자주, 다소 천천히 옮겨진다. JR화물과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는 야마가타, 니가타 등 도호쿠 지역 곡창지대에서 생산한 쌀을 그때그때 운반하는 대신 한 곳에 모은 뒤 주말에 특별 편성한 화물열차를 이용해 간사이와 규슈 등 서일본 지역까지 대량 운송하기로 했다.

각 지역의 쌀을 트럭이나 평일 화물열차로 그때그때 실어나르면 서일본 지역의 소매점까지 공급하는데는 2~3일이 걸렸다. 주말 특별 화물열차를 이용하면 공급기간이 3~7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 2024년 문제'는 물론 탈석탄화에도 기여할 유용한 수단이라는게 JA전농의 판단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 처럼 '더 빨리, 더 싸게' 경쟁을 벌이던 일본의 물류산업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년 문제'를 맞아 커다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밀크런' 공동배송, 공동 물류 시스템 플랫폼 도입, 모빌리티 시프트 등 다양한 대책이 도입되고 있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물류 뿐 아니라 생산 방식까지 바꾸는 대책이라는 점이다. 생산 방식과 물류 시스템이 바뀐다는 건 소비자 역시 '다소 늦게, 좀 더 비싸게'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물류 2024년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⑬으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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