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규제'의 배신…헛물만 켠 '다회용컵 정책'

입력 2023-11-08 18:58   수정 2023-11-09 01:08

환경부가 식당과 커피숍 등에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던 계획을 갑작스레 철회하면서 다회용품 사용을 장려해왔던 각종 정책도 힘이 빠지게 됐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취지라도 장기적인 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를 개인 컵과 다회용 컵 사용 촉진지구(에코존)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발표한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 중 하나다. 이 지역 내에서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개인컵 사용의 날’을 운영하면 관련 비용을 시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전날 환경부 발표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나 여러 기관은 그동안 다회용품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런 노력이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알’ 처지가 되는 꼴이다.

일회용품 배출량을 급격히 늘려온 주범으로 꼽히는 커피숍 관련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다. 서울시는 스타벅스코리아 등과 협업해 테이크아웃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해피해빗)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다회용 컵 보증금으로 1000원을 더 받는 제도(반납 시 돌려주는 금액)를 운용 중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 제도에 참여하는 ‘에코 매장’ 수를 종전 13곳에서 9일부터 36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에코 매장 확대를 기념해 다회용컵 이용자에게는 스타벅스 별 1개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오는 30일까지 한다.

그러나 일회용품 규제계획 철회로 이 같은 다회용품 장려 매장은 상대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주변 커피숍에서는 플라스틱 컵에 플라스틱 빨대를 마음껏 나눠주는데, 에코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1000원 보증금을 낸 후 씻어서 다시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아가야 하는 불편을 고객에게 요구하게 돼서다. 시청역 인근 한 커피숍 관계자는 “다회용품을 쓰도록 하는 매장과 아닌 매장 간 서비스 차이가 커지면 손님이 줄어들 수 있는데, 매출 감소를 감내할 점주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일반 매장과 에코 매장의 격차가 커지면 에코 매장 점주들의 부담도 더 커진다는 점은 맞다”며 “그렇더라도 제도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있는 만큼 다회용품 장려 매장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더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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