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증권, 투자자 보호하려다 산업 망할 수도…발행·유통 겸업도 완화돼야"

입력 2023-11-09 14:50   수정 2023-11-09 14:51


"투자자 보호하려다 오히려 투자자가 다 떠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산업 자체도 망합니다. 금융시스템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9일 김종민·윤창현 의원실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한 '자본시장 체인지! 토큰증권(ST) 디지털 대전환'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학계·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증권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하고 있단 점에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투자 한도 1000만원이라고?…현실화시 산업 발전 제약"
현행법상 투자계약증권은 발행만 가능할 뿐 증권을 유통할 수 있는 별도 시장(장외·상장 포함)이 없다. 이는 발행·유통의 겸업에 따른 부작용(시세조 등)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조치였다. 하지만 유통 없는 발행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황현일 세종 법무법인 변호사는 "유통 없는 발행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성공적인 투자계약증권의 발행을 위해선 유통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한국거래소가 샌드박스를 활용해 추진 중인 장내 거래 시장이 개설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시점은 미지수다. 이 밖에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장외 유통 시장이 열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다만 장외 시장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많은 제약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 일반투자자의 연간 투자 한도를 설정하는 것과 시장 참여자를 소액투자자로 제한해야 한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부장은 "투자 한도 및 투자자 참여 제한 등이 언급되는 이유는 장외 유통 시장에서는 매출 공시 의무가 면제될 예정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감안해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같은 제한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수준에서 투자자 한도와 투자자 참여 제한이 현실화된다면 오히려 투자자 보호가 어려울 수 있으며, 산업의 발전 역시도 어렵다"고 힘줘 말했다.

이 부장은 "투자계약증권 등은 다양한 구조다보니 비정형적이고, 비시장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유통 시장 자체가 충분한 가격발견 기능을 투자자에게 제공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가격발견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선 유동성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충분한 투자 한도가 허용돼야 하고, 소액 투자자만 아닌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허용할 경우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반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유동성을 증진시켜 환금성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장은 또 투자 한도와 투자자 참여 제한으로 시장에 모이는 자금 규모가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규제로 혁신이 크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언급했다. 자금 집중도가 약할수록 투자 매력도가 낮아져 결국 시장이 침체 길을 걸을 수 있단 점에서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발행·유통 부분적 겸업 허용해야"
이날 세미나에선 투자계약증권의 발행과 유통의 부분적 겸업을 허용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현재 투자계약증권의 발행·유통의 주체가 같을 수 없다. 시세조종 위험과 자기발행 증권 활성화 등과 같은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지만, 내부 통제만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당국이 발행·유통의 겸업을 금지시켰다.

겸업 금지 대상이 되는 발행인(신탁업자 포함)에는 인수·주선인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해상충 정도는 다르다는 점에서 발행·인수·주선인을 분리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단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이사는 "발행인, 인수인, 주선인 순으로 이해상충 정도가 낮다"며 "단순 주선인의 경우는 판매 조력 업무를 할 뿐 증권의 가격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해상충 정도가 현저히 낮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모든 발행·인수·주선업자의 유통을 금지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단 지적이다. 류 이사는 "예를 들어 뮤직카우에서 발행하고, 미래에셋증권에서 유통하고, 계좌관리는 키움증권이 맡게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최대 3개 플랫폼을 사용하게 되는 불편함이 발행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단순 유통만 하게 될 경우 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류 이사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인수·주선 모두 겸영 허용이 어렵다면 주선업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내부통제 수준이 높은 금융투자업자에 대해 일차적으로 허용해주는 것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활성화는 막을 수 없는 대세지만, 아직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견 차이로 쉽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금융위원회에서 빨리 의견을 통합해 결론을 내야 한다"며 "지금 운동장도 있고, 홍보도 했는데 선수 입장을 안 시킨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금융위의 행정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며 "(저도) 전문가들의 말씀을 제도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선수 입장이 안 되고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규제하는 사람들끼리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규제를 준수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으면 행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현아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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