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탈적 사금융 뿌리 뽑으려면 무너진 대부업 시장도 살려야

입력 2023-11-09 18:15   수정 2023-11-10 07:06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금융감독원을 전격 방문해 ‘약탈적 불법 사금융 근절’을 강조했다. 경기 부진과 고금리 여파로 개인 파산이 사상 최고로 치솟는 등 민생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행보다. 최근 사채업자의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데서 보듯 청소년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고리사채와 불법 추심이 활개 치고 있어서다.

현직 대통령의 금감원 방문은 12년 만의 일일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불법 사금융 카르텔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을 실시해 올(1~3분기) 검거 건수를 35% 늘렸지만, 약탈적 카르텔은 단속을 비웃듯 확산일로다. 포털 뉴스 기사 중간에 정책금융상품처럼 위장한 불법 사채 배너광고가 뜰 정도로 수법이 빠르게 진화 중이다. 일자리·은퇴 박람회를 표방한 뒤 확정 수익을 제시하는 다단계 방식 사기도 허다하다. 윤 대통령 지시대로 이 같은 범죄수익은 차명 재산까지 철저하게 추적해 환수해야 한다.

엄포 놓고 단속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약탈적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제도권 시장을 재설계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0%로 인하한 뒤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주요 대부업체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높은 조달금리와 연체율 탓에 연 20% 금리로는 수익을 남기기 어려워서다. 최하위 제도권 금융인 대부시장이 무너진 문 정부 5년 동안 151만 명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상당수는 미등록 대부업의 평균 대출금리인 연 414%(2022년 기준)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필요하다면 ‘최고금리 인상’ 등 시장 자율성 회복 조치도 결단해야 한다.

서민금융 재정비도 시급하다. 정부는 최근 서민정책금융 공급을 10조원에서 11조원으로 늘렸지만 디테일 측면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 소액생계비 대출, 취약차주별 맞춤 지원 등을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복잡하게 나뉜 서민금융상품을 단순화해 접근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다만 금융사를 압박해 거액의 자금을 만들고 뿌려대는 선심성 행보는 자제해야 한다. 금융시스템 왜곡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의 고통을 더 가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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