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하루 만에 탄핵안을 철회한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포기’ 전략과 이에 따른 국회법상의 ‘일사부재의 원칙’ 논란이 있다. 9일 본회의에 민주당이 제출한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이 보고되자 국민의힘은 계획했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3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했다.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여당은 여기에 ‘한 번 부결된 안건은 재의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3건의 탄핵안이 11월 정기국회 중에는 논의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폐기나 부결되기 전 철회된 탄핵안을 재논의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994년 이병태 전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본회의 보고 후 철회된 전례도 제시했다. 민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재발의한 후 12월 1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해 탄핵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회에선 여야가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았다. 장 대변인은 국회사무처가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서를 접수해줬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미친 ×들 아니냐”고 비난했고, 박 부대표는 “우리 말만 믿으면 된다”고 기자들을 설득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질의 중 “(탄핵안 재발의에 대한) 법률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밝혀달라”는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 질의에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해서 절차에서까지 무리하면 국민들은 사사오입을 떠올릴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다수당이 해당 시점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이유로 ‘꼼수’를 쓰면 이후에 정치적·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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