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우리나라 산업의 '리빌딩'이 시급하다

입력 2023-11-12 18:04   수정 2023-11-12 23:54

우리 경제를 받치던 주력산업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판매대수로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와 스마트자동차 등 곧 다가올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준비가 경쟁 기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우려다. 절대 따라오지 못할 것 같던 중국 기업들은 가성비가 뛰어난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전기자동차 제조기업인 BYD는 작년에만 180만여 대의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면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해 약 311만 대를 수출해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올 1분기에는 일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세계 1등을 자부하던 반도체산업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어느새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주도권을 내준 모양새다. 애플과의 법적 분쟁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해석하지 못했고 가장 큰 고객사를 잃으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 그 결과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편중된 산업구조를 형성하게 됐다. 애플은 2014~2015년 즈음 자사의 휴대폰과 패드 및 노트북 제조업체인 대만의 폭스콘과 TSMC를 연계하면서 기존의 반도체 공급처를 삼성에서 TSMC로 바꿨다. 이를 계기로 대만의 파운드리 분야가 빠르게 성장했고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수세에 몰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수분기째 적자를 내고 있는 반면 대만의 TSMC는 기록적 흑자와 함께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2차전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배터리 제조 기술력을 갖고 있었지만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시장이 우리가 지닌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기술력을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소비자는 뛰어난 품질이더라도 가격이 비싸면 외면한다는 사실을 7~8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됐다. 게다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가 대부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배터리 셀 제조의 부가가치도 크지 않으며, 공급망 불안 요인까지 갖게 됐다.

이런 문제들은 우리 산업이 1등을 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2등이나 3등일 때는 1등이 겪는 실수나 시행착오를 보면서 미리 준비할 수 있어 빠른 추격이 가능하다. 그래서 1등을 쫓아갈 때보다 1등이 됐을 때가 더 불안한 법이다. 짐 콜린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10년 그의 저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s)>에서 몰락의 5단계를 소개했다. 대부분 몰락하는 기업은 ‘1단계 성공에 따른 자만심, 2단계 원칙 없는 욕심, 3단계 위기 가능성에 대한 부정, 4단계 구원 요청, 5단계 회복 불가’라는 과정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기업을 산업으로 바꿔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이 세계적 경쟁력을 얻었을 때 우리 기술력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측면이 있다. 우리가 일본 산업을 추월할 때 일본의 산업과 기업의 모습이 어쩌면 지금 중국과 대만에 쫓기고 추월당하는 우리 산업, 기업의 모습과 비슷하다. 우리의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자만과 그에 따른 지나치게 편중된 투자, 그리고 ‘지금의 위기는 단기적이며 시장이 곧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냉철하게 돌이켜봐야 한다.

그러나 몰락의 5단계 중 1~4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대응하기에 따라 다시 회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회복 불가능한 다섯 번째 단계에 이르기 전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면 위치한 단계에서의 기간이 길어질 수도, 완전히 회복해 재도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력 산업분야에서 경쟁국이 어떻게 우리를 따라오고 추월했는지, 우리는 무엇을 간과했는지, 앞으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겸허한 자세로 경쟁 상대와 시장에서 배워야 한다. 시행착오는 늘 경험하는 일이지만 빠르게 인식하고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기술 개발과 산업생태계 조성, 나아가 우수한 인재 양성까지 우리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단기·중장기 투자와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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