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구축한 슈퍼컴퓨터 ‘세종’이 전 세계 슈퍼컴퓨터 중 22위에 올랐다. 국내 슈퍼컴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순위다. 기존 국내 1위였던 삼성 슈퍼컴퓨터도 제쳤다.
톱500에 든 국내 슈퍼컴은 총 12대다. 직전 발표인 지난해 6월(8대)보다 늘었다. 이 중 100위 안에 든 국내 슈퍼컴은 총 7대다. 다만 네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6대는 모두 직전 발표에 비해 순위가 떨어졌다.
종전까지 국내 1위 슈퍼컴이던 삼성전자의 ‘SSC-21’은 최대 연산 능력 25.177페타플롭스로 세계 28위, 국내 2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순위도 20위에서 여덟 계단 떨어졌다. 이어 기상청의 ‘구루(47위)’와 ‘마루(48위)’, SK텔레콤의 ‘타이탄(59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61위)’, KT의 ‘DGX 슈퍼POD(72위)’ 등이 뒤따랐다.
슈퍼컴 세종은 엔비디아 A100 텐서 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2240개로 구성됐다. 엔비디아 퀀텀 인피니밴드 네트워킹 플랫폼과 인네트워크 컴퓨팅을 통해 저지연, 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슈퍼컴 전용으로 3.6페타바이트(PB)의 스토리지(저장공간)를 구축한 것도 특징이다. 네이버는 슈퍼컴을 무장한 각 세종을 AI 사업 전초기지로 키울 계획이다.
이상준 네이버클라우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슈퍼컴은 인공지능(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로 주목받으면서 각 국가나 기업의 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며 “글로벌 수준의 슈퍼컴을 기반으로 AI 기술 경쟁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연구소의 ‘오로라(585.34PF)’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이글’이 2, 3위를 기록했다. 직전 발표에서 2, 3위였던 일본 이화학연구소·후지쯔 공동 개발 슈퍼컴 ‘후가쿠’와 필란드 과학IT센터 ‘루미’는 각각 4, 5위로 밀려났다.
국가별로 비교하면 톱500에 든 슈퍼컴 중 161대는 미국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발표(150대)보다 11대 늘었다. 최근 AI 및 슈퍼컴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같은 기간 133대에서 143대로 늘었다. 반면 미국 칩 수출금지에 막힌 중국은 134대에서 104대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톱 500에 들어간 한국 슈퍼컴이 8대에서 12대로 늘긴 했지만 존재감 측면에선 가야 할 길이 멀다”며 “국가적 차원에서도 관련 경쟁력 강화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슈퍼컴퓨터학회는 매년 6월과 11월 두 차례 전 세계 슈퍼컴퓨터의 계산 속도와 전력 효율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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