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빼기의 혁신’을 일으켰어요.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처럼요. 저희도 다이슨처럼 불편의 원인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중력 없이도 작동하는 수액 링거 ‘골든 캡슐’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다이슨의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가 미래 엔지니어를 발굴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일상 속의 문제를 명쾌하면서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작품에 수여한다. 올해는 한국,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30개 국가에서 참여했다. 각 국가의 국내전에서 수상한 90개의 출품작 중 20개가 국제전 우승후보에 올라갔고,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가 직접 우승작을 뽑았다.
한국 참가자가 국제전을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승팀은 홍익대 학생들로 이뤄진 ‘골든 캡슐팀’. 채유진씨를 비롯해 같은 학과에 다니는 백원씨,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대연씨, 신영환씨가 꾸린 팀이다. 이들에게는 3만파운드(한화 약 49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다.
‘골든 캡슐’은 기압차와 풍선의 탄성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수액은 탄력 있는 풍선에 넣고, 이 풍선을 다시 음압상태로 밀폐된 플라스틱 용기 안에 넣었다. 플라스틱 용기에 유입되는 공기 양을 조절하면 용기 안의 음압 상태가 천천히 해제되면서 풍선이 다시 수축할 수 있게 되고, 수액이 분출되는 원리다. 공기를 얼마나 주입하느냐에 따라 수액 분출 속도도 바꿀 수 있다.
네 학생들은 모두 디자인과 공학을 동시에 공부해 첨단분야 디자인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백원 씨는 “이번 공모전에 참가하기 전에는 복잡한 과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며 “공모전 과정에서 간단 명료한 원리가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골든캡슐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임상실험 허가를 받기 위한 심의 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김대연씨는 “전쟁과 재난 현장에 우선적으로 꼭 보급됐으면 좋겠다”며 “또 환자가 거동하기 불편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수액이기 때문에 향후 병원과 가정, 군대 등 일상생활에서도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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