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혈한으로 변하기엔 너무 인간적이었던 독재자 스노우의 과거

입력 2023-11-15 18:26   수정 2023-11-16 00:37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마지막 4편인 ‘더 파이널’(2015)에서 독재자 스노우의 파시스트적 지배가 끝나며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 굳이 속편을 만든다면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이 일반적이다. ‘헝거게임’ 프리퀄은 주인공을 독특하게 골랐다.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분)가 아니라 캣니스의 최대 숙적인 스노우(도널드 서덜랜드 분)를 내세웠다.

15일 개봉한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시리즈 첫 편인 ‘판엠의 불꽃’(2012)에서 캣니스가 출전한 74회 헝거게임이 벌어지기 64년 전 판엠을 배경으로 한다. 백발노인이었던 스노우는 18세의 잘생긴 금발 청년(톰 블라우스 분)으로 등장한다.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판엠은 지배층이 사는 캐피톨과 피지배층이 사는 12개 구역으로 이뤄졌다. 헝거게임은 12개 구역에서 13~18세 남녀 한 명씩 모두 24명을 뽑아 해마다 진행한다. 이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며 게임은 TV로 생중계한다. 게임 설계자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멘토제’를 도입하는데 쇠락한 가문의 스노우는 12구역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루시(레이첼 제글러 분)의 멘토가 된다. 스노우는 애정을 느끼는 루시를 살리기 위해 뱀처럼 교활한 계략을 편다.

마침내 루시는 우승해서 살아남지만 스노우는 부정한 계략을 꾸민 것이 들통나 루시가 사는 12구역의 군인으로 간다. 스노우는 거듭되는 운명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출세욕과 실리를 챙기는 처신을 하면서 다시 캐피톨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영화는 프리퀄답게 시리즈 본편에 나오는 헝거게임의 원형을 그려냄과 동시에 교활하고 이기적인 성격을 애써 감추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던 스노우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자 파시스트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과정의 서사와 묘사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연인 루시에게 마음을 연 성실한 남자가 냉혹하고 무자비한 악당으로 변하는 과정이 조금은 어설프다.

영화는 ‘헝거게임’ 시리즈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고 해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물론 본편들을 봤다면 좀 더 세세하게 비교하며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대목도 분명히 있다. 다만 본편 내용을 꿰고 있다면 광활한 숲이 아니라 폐허가 된 대형 경기장 같은 곳에서 더욱 원초적인 방식으로 무자비하게 이뤄지는 생존게임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은 60여 년 뒤 독재자 스노우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청년 스노우가 연인 루시나 친구 세자누스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 어떤 길을 갈지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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