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고, 깨고, 달리는 '난장판'…이 공연, 관객도 미쳐야 즐긴다

입력 2023-11-20 19:31   수정 2023-11-21 00:56


한 남자가 빠른 속도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뛰고 있다. 사람과 의자, 식탁 등의 물건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지만 무시하고 계속 달린다. 갖가지 사물과 충돌하던 남자에게 심지어 벽까지 돌진한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벽을 부숴버린 채 질주한다. 부서진 벽 속에서 꽃가루가 터지자 관객들은 환호를 터뜨린다. 전 세계 관객을 ‘미치게’ 만든 ‘푸에르자 부르타’의 대표 장면 ‘코레도르’(Corredor·통로)다.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이 서울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옛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에서 개막했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의 이 공연은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한 이후 전 세계 63개 도시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국내에선 2013년 첫선을 보여 그동안 18만 명이 관람했다.

공연은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슬픔, 절망,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아찔한 곡예를 비롯한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관객 모두 음악과 조명에 몸을 맡긴 채 손을 들고 발을 구르며 한바탕 ‘노는’ 공연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에 맞춰 70분 동안 춤추고 소리를 지르면 몸은 땀 범벅이 된다.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이 처음 맞닥뜨리는 건 커다란 창고처럼 텅 빈 공간이다. 최대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공간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 좌석도 없어 관객은 모두 일어서서 관람해야 한다. 대신 모든 공간이 무대가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어디선가 등장한 배우들이 관객 사이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띄운다. 강렬한 음악이 공연장을 채우면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아찔하고 과격한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배우들은 와이어에 90도로 매달려 비닐 장막으로 만들어진 벽을 내달린다. 천장에 달린 거대한 수조 속에선 무용수들이 모여 물장구를 치는데, 수조가 점점 내려와 관객들이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다. 절정의 순간에 흩날리는 바람과 꽃가루, 물방울은 관객의 흥을 돋운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배우와 관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공연)다. 배우가 소품으로 관객의 머리를 때려도 즐겁다. 관객을 이동식 철제무대로 끌고 올라가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관객들도 마음대로 공연장을 돌아다녀도 된다. 공연의 성패는 그날 관객의 반응에 달려 있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크게 소리 지를수록 재미가 커지는 공연이다. 옷과 짐은 물론 몸과 마음도 가볍게 공연장을 찾는 게 좋다. 공연은 내년 2월 15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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