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1일 07: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구조조정은 망하기 직전의 기업이 강제적으로 당하던 절차였습니다. 앞으로는 회사가 망가지기 전 사모펀드(PEF)가 선제적으로 주도하는 '사전적 구조조정'의 시대가 올 겁니다."
양진혁 삼정KPMG 딜 부문 2본부장(사진·오른쪽)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엔 국책은행이 책임지는 사후적 구조조정이 주를 이뤘지만,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으로 중심축이 점차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후적 구조조정은 한계에 내몰린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 등을 통해 강제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것을 뜻한다. 반면 사전적 구조조정은 회사가 완전히 망가져 극한에 치닫기 전 민간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살리는 방식이다.
양 본부장은 "PEF 비즈니스의 본질이 회사를 인수한 뒤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의 세월 동안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하는 것인 만큼 사전적 구조조정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양 본부장은 2006년 삼정KPMG에 입사해 기업 구조조정과 회생, 부실채권(NPL) 등을 주로 자문해 온 구조조정 분야 스페셜리스트다.
삼정KPMG 딜 부문 1본부에서 유수의 구조조정 딜을 맡아온 서무성 전무도 양 본부장의 말에 힘을 보탰다. 서 전무는 "이미 위기에 처한 기업 중 PEF의 도움을 받아 선제적으로 자산을 유동화하는 등 사전적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곳이 적지 않다"며 "정부가 도입한 기업구조혁신펀드도 이런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과 서 전무는 "내년 자본시장의 키워드는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 전무는 "자산 규모가 상당한 중견그룹도 내년 구조조정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서 전무는 특히 건설과 석유화학 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건설과 석유화학은 산업 사이클 자체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며 "이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은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양 본부장과 서 전무가 말하는 구조조정은 '한계기업을 정리한다'는 과거의 의미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서 전무는 "인력 감축이나 부실 계열사 매각 등이 과거의 구조조정이었다면 최근엔 위기에 내몰리기 전 사업부를 재편하고, 밸류체인을 통합하고 분리하는 작업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라며 "산업 내에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신규 투자유치가 가로막힌 스타트업도 내년 구조조정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양 본부장은 "스타트업 구조조정을 위해선 이미 투자를 단행한 재무적투자자(FI)의 양보가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양 본부장은 "시리즈마다 기업가치를 달리 책정하고 투자를 한 FI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이들이 합심해 서로 손해를 감수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매각 등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 전무는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를 잊고 기업가치를 현실적으로 재조정한다면 스타트업도 좋은 매물이 될 수 있다"며 "스타트업 구조조정은 FI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양 본부장은 지난달 조직개편으로 새롭게 구조조정 딜을 주로 담당하는 2본부를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양 본부장이 생각하는 삼정 구조조정 담당 조직의 장점은 전문성이다. 양 본부장은 "다른 회계법인과 달리 삼정은 구조조정과 회생 관련 딜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에도 전문 인력을 구조조정 파트에 남겨 놓고 전문성을 유지하며 키웠다"고 말했다. 서 전무는 "기업이 처음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시점부터 회생에 들어가는 과정 전반에 걸쳐 자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게 우리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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