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력을 겨루는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스타트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손에서 탄생했다. 82개국에서 ‘톱 10’ 진입 기록을 세웠는데, 중동 지역에선 특히 인기였다. 이 회사의 조성해 수석리더와 중동팀 4명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름부터 현지에서 3개월간 머물렀다. 피지컬: 100을 올림픽 형태로 개최하는 방안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관계자들과 협의했다.
스타트업의 ‘오일머니 캐기’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사우디와 UAE에서 다양한 업무협약(MOU) 체결 소식이 쏟아졌다. ‘보여주기식 투자 이벤트’, ‘일회성 만남’이란 일각의 비판을 뚫고 각 업체가 현지 진출과 함께 사업 성과를 하나둘씩 만들어내고 있다. 아예 현지 지사를 설립하거나 중동 근로자를 채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두바이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바이는 외국인 비율이 90%에 달하는 도시다. AI 툴빌더와 챗봇 등을 보유한 뤼튼은 9월부터 UAE 정부 산하 두바이미래재단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거주민에게 특화된 생성형 AI 기반 포털을 만든다는 목표로, C레벨 2명을 포함해 총 4명이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다. 베스텔라랩은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 킹 압둘라 금융지구의 주차 관제를 도맡는 현지 기업과 협력한다. 주차장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공급하는데, 정상수 베스텔라랩 대표와 글로벌팀 한 명이 두 달간 리야드에서 지내며 이뤄낸 성과다. 현재는 사우디인 채용에 집중하고 있다.
GBC 설립과 함께 논의된 양국의 공동 펀드는 1억6000만달러(약 2073억원)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사우디벤처투자(SVC), 사우디 국부펀드(PIF Jada) 등이 출자하는 이 펀드는 한국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중동 진출의 또 다른 축인 UAE의 장관급 인사들은 이달 초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컴업’에 참석했다. UAE 현지 투자 행사인 ‘인베스토피아’에서 교류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와 자유로운 국제 송금이 가능한 스타트업의 현지 법인 설립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지 체류에 필요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내용이 비자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UAE에 10년을 체류할 수 있는 ‘골든 비자’가 인기인데, 요건을 알아보려 해도 정보를 제대로 아는 한국 공무원들이 없어 고생했다”며 “발급이 까다로운 사우디 ‘이까마’(거주증)를 포함해 민간에서 요청하는 중동 진출 정보를 처리할 ‘원스톱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육성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유태양 중동 전문 컨설턴트는 “중동 전문가의 국내 인력풀은 이슬람 정치와 문화 전문가가 많았는데 경제·산업 중심으로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의 물음에 답해줄 현지 비즈니스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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