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악성부채 급증세…"유로존 은행업계 스트레스 징후"

입력 2023-11-23 13:12   수정 2023-11-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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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은행업계 전반에서 스트레스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고했다. 악성 부채가 누적돼 있는 데다 주요국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어 고금리 수혜를 누렸던 은행들의 수익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다.

블룸버그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ECB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금융 안정성 검토 보고서에서 이런 지적을 내놨다. ECB의 금융 안정성 검토 보고서는 격년 주기로 나온다.

ECB는 이번 보고서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또는 연체 상태에 있는 은행 대출금 규모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 수치는 최근 몇 년 동안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무르다 ECB가 최근 1년간 10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4.5%포인트 인상한 여파로 방향을 틀었다.



ECB는 특히 “연체 기간이 90일 미만이지만, 아직 완전히 상환되지 않은 대출의 비중이 지난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반등하는 추세”라며 “이는 몇 개 분기의 시차를 두고 부실 대출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건전성 지표로 사용되는 부실채권(NPL) 비중은 부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0년 전 7.5%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현재 약 2% 수준에 형성돼 있다.

ECB는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여 대출 관련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금융 안정성 관련 위험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높은 수준”이라며 “대출금 채무불이행과 더불어 자금 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대출 규모 감소, 경제 성장세 약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은행업계에 복합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경제의 침체가 금융 안정성 관련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유로존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시장 전망(0%)에 못 미친 -0.1%로 집계됐다. 금융 시장에선 성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연착륙(소프트랜딩)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지만, “달성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게 ECB의 판단이다.

귄도스 부총재는 또 “올겨울 에너지 가격이 또 한 차례 급등할 경우 개인의 가처분소득과 기업 이익, 정부 재정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지면서 상환 능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 상황과 관련해선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면 금융 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숨겨져 있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며 “(석유 등) 에너지 관련 원자재에 대한 악영향뿐 아니라 분쟁 확대 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성장이 한층 더 둔화하며, 인플레이션도 다시 악화하는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은행업계는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의 대혼란 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회복력을 유지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ECB는 “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의 수익성은 10여 년래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자본과 유동성도 강력한 수준이어서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응하기 유리한 위치”라고 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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