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양곡법 날치기 예고한 민주당…농식품부 "절대 반대"

입력 2023-11-24 15:41   수정 2023-11-24 15:49



더불어민주당이 쌀을 포함한 17개 주요 농산물의 가격을 국가가 보장하는 ‘가격 안정제’를 단독으로 통과시킬 것을 예고했다.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무력화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시즌2’격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주요 농산물에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와 여당의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 소위에선 결심을 해야 한다”며 법안 강행을 예고했다. 작년 10월 민주당이 초과 공급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시장격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곡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면서 촉발된 갈등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정부가 정한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을 일부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무산된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게 해 쌀값을 부양시키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전선을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다른 농산물까지 넓히고 최저 가격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바꿨다.

시장격리 의무화는 혜택이 쌀에만 집중돼 쌀 공급과잉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지만, 가격안정제는 혜택이 모든 농산물에 분산돼 시장 교란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농식품부와 여당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가격안정제를 문재인 정부 시절 쌀 공급 과잉 주범으로 지목돼 폐지했던 ‘변동직불제’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직불제는 쌀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간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장하는 제도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변동직불제가 운용되던 2016년 과잉 생산으로 수확기 쌀값이 80kg당 13만원까지 떨어지고 변동직불금으로만 그해 농식품부 전체 예산(14조4000억원)의 10%가 넘는 1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생산만 하면 일정 가격이 보장되다보니 농가들은 품질을 높이기보단 수량 늘리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농산물이 과잉 생산돼 가격이 떨어지면서 정부 재정만 더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가격보장 대상에 쌀 뿐 아니라 다른 작물들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결국은 쌀 공급 과잉이 유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쌀은 2022년 기준 기계화율이 99.3%로 채소류 등 밭작물(6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점차 고령화되는 농촌에서 영농 편의성이나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가격 안정제 하에서도 다른 작물보다는 쌀을 재배할 유인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재정 투입 규모에서도 양측의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가격안정제 도입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액을 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반면 농식품부는 쌀 단일 품목에만 가격안정제가 도입되도 재정 보전액이 2034년 최대 4조1700억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 결과)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가격안정제보다는 농업직불금을 늘려 농업 종사자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밀이나 콩 등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전반적인 농산물 수급을 조절하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장 비중이 큰 쌀의 경우 기본적으론 선제적 수급 관리를 통해 과잉 공급을 막되, 필요시 정부가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식으로 적절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80kg에 16만원 수준으로 떨어지자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90만t의 쌀을 시장격리해 쌀값을 목표 수준인 20만원 이상으로 반등시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안정제 도입은 결국 고질적인 쌀 과잉 생산 구조를 심화시켜 쌀값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재정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결국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 농업 발전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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