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입력 2023-11-24 18:30   수정 2023-11-25 00:41

노동조합은 대립적 노사관계의 산물이고 노사협의회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한 기구다. 일반적으로 임금과 같이 노사 중 어느 한쪽이 이익을 차지하면 상대방이 손해를 보게 되는 사항에 관해서는 노동조합이 회사와 교섭하게 된다. 반면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의 고충 처리 등 상호 간에 모두 이익이 되는 사항을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약 14%다. 14%의 근로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노동조합에서 회사와 단체교섭을 한 후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하면 그 내용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 등의 근로조건이 결정된다.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노동조합은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다. 파업권은 헌법상 권리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실제로 파업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파업기간에 무노동·무임금을 견뎌야 하고 여론의 동향도 살펴야 하며 회사가 물러설 여지가 있는지도 가늠해봐야 한다.

반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86%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회사와 개별적 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협상하게 되면 회사에 비해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금부터 약 100년 전인 1929년 미국의 경제대공황 당시 협상력이 거의 없는 개별 근로자들은 그저 회사가 주는 대로 저임금을 받으면서 노동을 했다. 대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품질 좋은 상품을 싼값에 대량으로 공급했지만, 정작 그 물건을 사야 할 근로자와 소비자들은 돈이 없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후버댐 공사를 비롯한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사용자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와그너법을 제정했다. 그 결과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 인상을 이뤘고, 인상된 임금은 대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는 ‘유효수요’의 바탕이 됐다.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할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적극적 단결권’이다. 약 14%의 근로자들이 그 권리를 행사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은 근로자들이 단결하지 않을 자유인 ‘소극적 단결권’도 함께 보장했다. 86%는 소극적 단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소극적 단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86%의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길과 개별 협상을 하는 길 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까? 그 대안 중 하나는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대표들이 회사의 대표들과 모여 임금과 복리후생에 관한 합의를 한 후 전체 근로자에게 시행하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초일류기업 등 여러 기업에서 실시되고 있다. 결국 노동조합에 의한 임금 인상과 노사협의회 기구를 활용한 임금 인상의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 것이다. 선택은 개별 근로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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