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여성 시인·장애인 작가…문화예술, 다시 삶을 깨우다

입력 2023-11-26 17:56   수정 2023-11-27 15:19



‘나는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 애그 힘들다/ 여기도 저기도 아프고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옆에 있으면 불안했다/ 지금 내가 똑같이 한다.’

인천 아차도 주민 송복자 씨가 지은 시 ‘나는 우리 엄마다’의 한 구절이다. 살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엄마와 같은 모습을 한 나를 보고 터져 나오는 복잡한 마음을 담았다.

송씨를 비롯한 아차도 주민들은 평생 고된 어촌 일에 제대로 여유를 누려본 적이 없다. 그러다 지난해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제공한 노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0여 명의 노년 여성은 바쁜 일들을 내려놓고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고, 항구에서 운동하고, 마음을 담아 시를 지었다. 그동안 배제돼온 노년 여성의 욕망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순간들이었다.

2009년부터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지역 어르신들의 든든한 문화생활 지원자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인천 가좌동에서 열린 연극 공연 등이 좋은 예다. 한 해 동안 이어진 이 공연에 참여한 60~90대 노인들은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각자 배역을 맡아 대사를 읊으며 준비했다. 가족을 위해 갈등을 이기며 살아온 주인공 윌리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위로받았다. 참여자들은 과거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꿈꿀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업에 협력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각 지역의 여건과 구성원 특성에 따라 지역 밀착형 문화예술교육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 내에서 소외된 존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대구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는 군위군 편입에 따라 대두된 지역 내 문화 접근성 편차를 해소하는 기획사업, 제주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는 창작 주체로서의 장애인을 조명하는 ‘모두의 예술축제’를 여는 등 센터를 주축으로 17개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 사업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 센터들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2023년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열었다. 이달 전국 각지에서 포럼과 공연, 전시, 캠페인 등 180여 개의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주로 참가자들이 창작한 내용을 소개하고 자신의 삶을 살펴보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지역예술교육 기획자들은 “예술 안에서 헌신과 희생의 프레임을 벗고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보며 공동체의 자생력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