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도 가세한 상속세 개편 논의…이참에 확 뜯어고치자

입력 2023-11-27 17:59   수정 2023-11-28 07:00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한국의 상속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의도에서 크게 들려오고 있다. 이달 초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상속세 개편 세미나를 연 데 이어 어제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황희 의원도 상속·증여세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상속세 완화는 ‘부자 감세’라며 부정적이던 민주당 의원들조차 개편 의견을 낸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 기업 대주주에겐 20% 할증이 붙어 60%로 세계 최고다. 이건희 회장 사후 삼성가에 부과된 12조원의 상속세는 국가 세수 추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세계 역사상 최고 액수다. 김병욱 의원 표현대로 ‘징벌적’이란 말 외에는 다른 표현을 찾기 힘들다.

최대주주 할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상속세 부과 방식은 일본에 비해 훨씬 부담이 크다. 일본은 상속인(유족)별 상속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인데, 우리는 상속가액 전체를 과표로 삼아 상속세를 정한 뒤 상속인별로 나누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탓이다.

우리처럼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OECD 내 4개국에 불과한데, 그중 하나인 미국과 비교해도 우리 상속세는 너무 가혹하다. 미국은 부모 한 사람당 1170만달러(약 153억원), 부모 합산으로는 2340만달러(약 306억원)까지 상속세를 매기지 않아 보통 사람에게는 상속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난 23년간 소득이 세 배 가까이 올랐는데, 상속세 면제 한도는 10억원 그대로다.

OECD 국가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대신 스웨덴처럼 자본이득세를 두고 있는데, 상속자산을 처분할 때 차액에 부과하는 일종의 양도소득세로 상속 시 세금 부담을 주지 않아 가업 승계를 유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상속세가 이중과세임을 감안할 때 민주당 이용호 의원의 제안처럼 상속세를 매길 때 피상속인(사망자)이 평생 납부한 종합소득세를 세액공제해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추경호 부총리는 얼마 전 “상속세 체제를 (크게)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했다. 여야 합의로 세계 최악의 한국 상속세를 대대적으로 손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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