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일본 정부는 일명 ‘마이넘버카드법’을 개정해 공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공인인증서를 합친 마이넘버카드에 내년 가을까지 건강보험증까지 합치겠다는 야심 찬 목표였다. 의무가 아니라 마이넘버카드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1인당 2만엔(약 18만원)의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국가적으로 20조원의 예산을 당근책으로 내건 셈이다.결과는 엄청난 역풍이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통장과 마이넘버카드를 연계했는데 본인이 아닌 차명계좌가 시행 3개월 만에 13만 건에 달했다. 도쿄의 A씨와 오사카에 사는 B씨의 개인증명서가 뒤바뀌어 발급되는 등 정보 열람 사고도 수천 건이 터졌다. 부실 행정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증을 마이넘버카드와 일방적으로 연계하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컸다. 재산내역을 속속들이 파악해 세금을 더 걷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반대 의견이 60%까지 치솟았다. 마이넘버카드 일방 추진은 내각 지지율 급락의 단초가 됐다.
전 세계의 자랑이던 행정 전산망의 ‘먹통 사태’가 연일 터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사고가 1주일 새 네 번이나 발생했다. 지난 17일 정부24 등 행정안전부 전산망 다운을 시작으로 경찰청, 조달청, 한국조폐공사 등에서 시스템 장애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1400여 개 업체의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엉켜 있어 종합 데이터 지도가 없다는 점, 매년 삭감되는 유지관리비로 인한 심각한 장비 노후화 등 관리의 난맥상도 밝혀졌다. 무엇보다 국가 행정망 관리 역량의 민낯이 드러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과연 ‘넘버 원, 디지털정부’에 걸맞은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갖게 됐다. 대기업 정보기술(IT) 입찰 허용 등의 미봉책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장애 원인을 신속히 파악하고 복구할 수 있는 데이터 지도 구축 등의 종합 대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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