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vs 릴리…'비만약 가격 경쟁' 불붙었다

입력 2023-11-28 17:46   수정 2023-12-06 16:58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두고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의 패권 경쟁이 시작됐다. 탁월한 살빼기 효과가 입증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을 개발한 두 회사가 세계 시장의 80%를 독과점하는 양강 체제를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4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살 빠지면, 돈 받겠다”
라스 프루어가르드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비만약 ‘위고비’ 가격과 관련해 ‘선구매, 후지불’ 도입 계획을 밝혔다. 예르겐센 CEO는 “의약품을 투약하고 효능이 없으면 약값을 받지 않는 가격 정책 계획을 시행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 고가 항암제 외 의약품에 이 같은 가격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1회 투여당 3억6000만원인 혈액암치료제 노바티스의 킴리아 등이 ‘선구매, 후지불’ 방식을 쓴다.

노보노디스크가 월 100만원 수준인 비만치료제에 선구매, 후지불 도입을 고려하는 건 경쟁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젭바운드’ 출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일 젭바운드를 비만치료제로 승인했다. 젭바운드는 내년 미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일라이릴리는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경쟁 약물 위고비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젭바운드의 한 달 약값은 1060달러다. 위고비(1350달러)보다 20% 저렴하다. 노보노디스크의 선구매, 후지불은 가격 할인 경쟁에 참전하지 않고, 위고비의 점유율을 넓혀 가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행복한 약, 비만치료제 성장 고공 행진
비만과 다이어트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 선진국에서는 비만치료제를 일명 ‘행복한 약(happy drug)’이라고 부른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주 1회 집에서 맞는 주사제다. 위고비는 68주 투여 후 15% 체중 감량 효과, 젭바운드는 72주 투여 후 21%의 효과를 보였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노보노디스크의 선구매 후지불 정책이 시행된다면, 세계 각국의 보험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체중 및 비만 환자 비율은 미국 74%, 호주 67%, 영국 64%, 유럽 53%로 주요 선진국의 인구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말 24억달러에서 2030년 330억달러, 2032년 71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글로벌 점유율 8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1억달러를 기록했다. 위고비의 폭발적인 성장세 때문에 노보노디스크는 매출 전망을 세 번이나 수정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2~38%, 영업이익은 40~4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라이릴리는 아직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만 판매 중이다. 마운자로 매출은 올 들어 3분기까지 30억달러다. 내년 비만치료제 시장에 젭바운드가 출시되면 더욱 가파른 성장이 전망된다.
◆위고비 내년 일본 출시, 한국은 미정
노보노디스크는 내년 2월 22일 위고비의 일본 출시를 공식화했다.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에 이어 여섯 번째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일본에서 위고비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35㎏/㎡ 초과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 2개 이상을 가진 환자 가운데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또는 제2형 당뇨를 앓는 환자다.

한국은 아직 위고비의 출시가 미정이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정식 출시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젭바운드는 아직 국내 품목 허가 절차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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