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 '역주행 가수' 넘어 '공감형 가수'로 [인터뷰+]

입력 2023-11-29 08:13  



"말로만 듣던 일이 저한테 일어나니까 믿기지 않는데 정말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요즘의 저요? 이렇게 바쁜 적이 있었나 싶어요."

범진은 2년 전 발표한 자작곡 '인사'가 음원차트에서 역주행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인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멜론 인디 차트 1위, 발라드 차트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실시간 차트인 'TOP 100'에서도 순위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멜론 스트리밍 수 1000만을 돌파하며 어느새 20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는 '갑자기?'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인사'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곡의 감성, 범진의 보컬, 투박한 듯 매끄럽게 흐르는 멜로디와 음색의 조화에 금세 역주행 인기를 수긍할 테다. 범진은 "항상 유행 타지 않고, 오래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쓰고 싶었다"면서 "'인사'는 대중성 있는 멜로디와 진정성 있는 가사가 만나서 듣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차분한 발성, 덤덤하게 내뱉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옛 뮤지션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광석을 보며 가수를 꿈꿨고,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범진은 본인의 강점으로 '목소리'를 꼽았다. 그러면서 "있을 법하면서도 없을 것 같은 목소리다. 비슷한 건 있어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단기간에 찾아온 재능은 아니었다. 어릴 때 유독 1시간 이상 앉아있는 걸 못 했던 그가 유일하게 흥미를 붙인 게 음악이었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주워온 기타로 '외톨이야'를 치면서 노래하는 일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 뒤로 자연스럽게 기타를 들고 자기 이야기를 곡으로 쓰기 시작했다. "처음 쓴 곡을 친구들에게 들려주니까 '이게 뭐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곡을 쓰던 게 지금까지 오게 됐고, 노래는 어떻게 불러야 더 잘 들어줄까 고민하면서 열심히 했죠."

이후 1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예술고등학교 실용음악과 진학했지만 범진은 "거기서도 내가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집안의 반대는 없었지만 모든 건 '스스로' 해야 했다. 범진은 "그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 돈으로 레슨을 받는 하루하루가 소중했다"고 말했다.

철판 닦는 일부터 떡볶이집, 닭강정 가게, 고기 뷔페, 옷 가게, 칼국숫집, 실 공장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는 그는 "덕분에 더 강해진 것 같다. '레슨비를 누군가 당연히 내주겠지'가 아니라 내가 번 돈으로 하니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음하고 집에 가서도 계속 돌려 들었다. 그렇게 성장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목소리를 만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목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지금의 범진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21세 때 재수하며 약 1년 동안 부산·대구·서울 등에서 진행했던 버스킹이 바로 그것이다.

범진은 "닭강정 집에서 알바한 돈으로 앰프, 장비를 사서 부산에서부터 버스킹을 했다. '경험해 보고 오자', '부딪혀 보자'는 마음이었다. 고등학생 때 노래를 못했는데 무작정 기타를 들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노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목소리로 노래하면서 듣는 분들이 어떤 목소리를 좋아해 주시는지 알 수 있었다. 이후 21세 때 시험에 붙어서 대학에 갔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안 됐을 거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은 최근 MBN '오빠시대'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기타를 메거나,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며 노래하는 범진의 모습이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분명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가수다. 이제부터가 시작인 듯하다. 범진은 1~2달 간격으로 싱글을 내며 활발히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월간 윤종신을 능가하는 월간 주범진"이라면서 "쉬지 않고 곡을 내야 해서 힘들었는데 결과가 나오니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인사' 같은 곡을 하나 더 쓰고 싶다. 옛날에는 멋있는 걸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음악은 듣는 것보다도 누군가 불러야 하는 거라고 느낀다. 조금 더 쉽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써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24일에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범진의 범클'을 개최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따뜻한 사람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카푸치노 같은 향을 남기고 싶어요. 카푸치노는 마시는 것보다 지나칠 때 냄새가 더 좋잖아요. 그런 향을 내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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