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공화국' 수천t씩 버려지는 캡슐들…어디로 가나 봤더니 [현장+]

입력 2023-11-29 22:00   수정 2023-11-30 02:35


# 지난 28일 경기 화성시 소재 재활용 전처리 기업 아이티그린(ITG). 소비자들이 보낸 네스프레소 폐커피캡슐이 수거백 분리 기계를 거쳐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자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이물질을 걷어냈다. 이후 자력을 이용한 선별 공정과 회전식 분류기를 거친 캡슐이 파쇄기를 향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와중에도 작업자들이 하나하나 확인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다른 회사 캡슐 등이 섞일 수 있어 마지막까지 세심한 분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쇄된 폐캡슐은 커피박(粕·찌꺼기)와 알루미늄으로 나뉘어 각각 마대에 쏟아졌다.

현장에서 분류된 커피박은 친환경 퇴비, 축사 바닥재 등으로 사용된다. 가공을 거쳐 발전용 바이오 에너지 연료인 바이오 펠릿으로도 재탄생한다.

국내 캡슐커피 시장 1위인 네스프레소는 올해 10월까지 1807t의 폐커피캡슐을 재활용해 1174t의 커피박과 200t의 알루미늄을 재활용했다. 올해 커피박의 40%가량이 바이오펠릿으로 재탄생했고, 퇴비(30%), 거름(30%)으로도 사용됐다. 캡슐 껍데기 소재인 알루미늄은 제련업체로 보내져 자동차 부품, 생활용품, 건축 부자재 등으로 새로운 생을 이어가게 된다.


알루미늄은 커피의 신선도와 아로마를 보전하는 캡슐 소재이자 재활용율이 높은 환경친화적 소재로 꼽힌다. 한국에서 네스프레소를 운영하는 네슬레코리아의 이승오 네스프레소 마케팅본부장은 "식품에 사용 가능한 안전한 재료인 알루미늄은 빛과 습기에 강해 진공 상태로 담긴 커피의 품질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은 재활용을 고려해 순도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한다고 네슬레코리아는 소개했다. 특히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면 채굴 시보다 에너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95%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공태근 네슬레코리아 네스프레소 CCS 본부장은 "올해 상반기 캡슐 재활용을 통한 탄소량 저감 효과가 281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30년생 소나무 3만5125그루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네스프레소는 캡슐커피 시장 성장과 함께 폐캡슐 재활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슬레코리아는 1991년부터 캡슐 재활용을 시작한 스위스 본사 방침에 따라 2011년부터 국내에서도 캡슐 재활용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티그린 한 곳으로 시작했으나 폐캡슐 물량이 꾸준히 늘어 올해 3월 동우바이오를 재활용 관련 협력사로 추가했다. 글로벌 캡슐 재활용률은 약 32%며 한국의 경우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035년까지 탄소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 실현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재활용을 위해 매장과 온라인 접수 등을 통해 폐캡슐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물류비 투자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네스프레소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재활용 사업을 알리기 위해 카카오메이커스와 손잡고 업사이클링(새활용) 활동인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오는 30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현재(27일 기준)까지 회수된 캡슐이 20t에 달한다. 네스프레소는 회수한 커피 캡슐을 새활용 아이템으로 제작해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을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같은 활동은 커피산업의 미래를 위한 조치라고 네스프레소는 소개했다. 지구 온난화로 '커피빈(원두) 벨트'로 불리는 커피 생산지의 기후가 바뀌면서 생산량 감소와 원두 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네스프레소의 친환경 행보는 커피사업 생존과 직결돼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소비자가 (친환경)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지난해 캡슐커피 시장 규모가 4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기간 가정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오피스카페’로 확산돼 시장이 꾸준히 성장한 결과다. 커피 캡슐은 구조적 특성상 분리배출이 어려워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재활용 필요성을 느끼며 동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올해 초 캡슐커피 시장에 뛰어든 동서식품 역시 알루미늄 캡슐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인 '카누와 함께 그린 내일'을 최근 시작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영상 편집=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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