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신민아의 눈물샘 자극하는 '찐모녀 케미'···영화 '3일의 휴가'

입력 2023-12-01 17:22   수정 2023-12-04 18:44



"두 분이 만나시면 박복자님 기억에서 따님이 지워진다고요. 나중에 따님이 저승에 찾아와도 못 알아보신다고요. 지금도 이렇게 그리워하시는데, 저 따님은 그냥 없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요."(가이드)

"하자. 내가 뭐 중하다고. 우리 진주가 웃고 사는 게 중요하지. 하자. 어이 하면 되는데."(복자)
“어이쿠. 선배들이 그랬어요. 제일 통제가 안 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가이드)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에서 종영을 약 15분가량 앞두고 나오는 대화다.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나 저승에서 사흘간 휴가를 얻어 이승에 내려온 복자(김해숙 분)와 그녀를 안내하는 초보 가이드(강기영)가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점부터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흘 내내 진주(신민아)를 지켜보기만 했던 엄마 복자가 드디어 딸과 직접 소통하며 정을 나누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많은 관객이 눈물을 훔쳤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스스로 표방한 ‘힐링 판타지’ 앞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란 수식어가 붙어야 더 적확하다. 복자와 가이드가 이 시점에 나누는 대화 내용은 영화 도입부에 두 사람이 저승에서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가이드가 자신을 소개하며 “사흘의 휴가 동안 무얼 하고 싶냐”고 묻자, 복자는 “미국 명문대(UCLA)에서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딸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한다. 가이드는 ”딸과 말을 나눌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등 이승의 여행규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따님에 대한 행복한 기억만 갖고 오시면 됩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이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기억’이다. 진주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는 "기억이라는 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연료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복자는 "자식의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게 부모"라고 하고, 가이드는 "기억이 바로 인연”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진주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빨리 되살리고 오래 기억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음식’이다. 복자와 가이드가 진주를 찾아 내려온 곳은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아니라 복자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살았던 한국의 시골 마을이었다. 진주는 엄마가 해준 손맛으로 레시피를 개발해 고향에서 막 백반 장사를 시작한 터였다. 엄마의 특별한 비법이 담긴 만두도 개발했다. 모녀가 소통한 마지막 밤은 공교롭게도 복자가 태어난 날. 진주는 미역국과 잡채 등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엄마의 생일상을 차린다.



모녀가 주고받는 대화가 살갑기 그지없다. “어떻게 엄마 생일상을 차려줄 생각을 다 했어?" "엄마는 몰랐겠지만 내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거야." "딸도 몰랐겠지만 너한테 생일상 받아보는 게 엄마 소원이었지." "다행이다. 흐흐. 엄마 여기 만두 먹어봐."

모녀는 생일상을 나누며 복자의 생전에 못한 오해를 풀고, 진정한 속내를 주고받는다. 이 순간 복자의 뇌 속을 보여주는 듯한 가이드의 노트북 화면에선 두 모녀의 행복했던 모습이 담긴 기억의 파일들이 하나둘 삭제된다. 객석의 울음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던 대목이다. 두 모녀가 직접 소통하기 전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로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 구조가 위력을 발휘한다. 모녀가 오랜 시간 전하지 못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움까지 모두 담은 모녀의 레시피가 극적으로 완성된다.



실제 모녀 같은 모습을 보인 김해숙과 신민아의 연기 호흡이 빛난다. 복자의 절친한 마을 친구 춘분 역을 맡은 차미경의 실감 나는 연기도 극적인 공감대를 넓힌다.

영화가 내세운 ‘힐링 판타지'에 걸맞게 가족들이 함께 보면서 위안을 받을만하다. 다만 사후에도 딸의 성공과 안녕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이 조금은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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