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은 선전하고 있다. 중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룽손은 지난달 28일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3A6000’을 공개했다. 중국 언론들은 “세계 1위 CPU업체 미국 인텔이 2020년 선보인 CPU와 성능이 같다”고 전했다.
BOE는 최근 중국 사천성 청두에 약 11조원을 투자해 8.6세대 유리원장(디스플레이 원판) 월 3만20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OLED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8.6세대는 가로 2290㎜, 세로 2620㎜ 크기의 유리원장을 뜻하는 말이다. 8.6세대 공장에서 생산된 패널은 주로 노트북용 디스플레이에 활용한다. 애플이 2025년 맥북에 OLED 패널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BOE의 8.6세대 투자 규모는 삼성디스플레이(4조1000억원)의 세 배에 육박한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국 기업은 긴장 상태다.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 기술·시설 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높이고, 저가 공세로 경쟁사를 몰아낸 뒤 시장을 장악하는 중국 특유의 전술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최근 20%가량 가격을 인하하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 한국 업체도 뒤따라 비슷한 수준으로 단가를 내리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이 첨단기술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신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최첨단 패키징, 퀀텀닷 OLED 등 신사업분야에서 초격차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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