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에서 멀어진 삼성 스포츠단…옛 영광 살릴 해법은

입력 2023-12-03 18:31   수정 2023-12-11 16:23


언제부턴가 한국 프로 스포츠의 성지 대구 라이온즈파크와 경기 수원 ‘빅버드’(수원 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 승전가가 울려 퍼지는 날이 적어졌다. 2010년대 초반까지 패배가 어색했던 삼성 라이온즈(프로야구팀), 수원 삼성 블루윙즈(프로축구팀)가 2020년대 들어 ‘만년 하위팀’으로 전락해서다. 배구·농구 리그에서도 ‘삼성’이란 이름은 더 이상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 투자·전략·열정 ‘3무(無)’가 초래한 결과다. 4대 리그를 지배하던 ‘삼성 스포츠 왕국’이 기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물가물해지는 우승 기억
지난 2일 국내 프로축구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삼성 블루윙즈가 올 시즌을 꼴찌인 12위로 마감했다. 동시에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38경기 성적은 8승9무21패. 통산 4회 우승으로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프로축구 명문팀)로 불리던 블루윙즈는 1995년 창단 이후 28년 만에 강등의 굴욕을 맛봤다.

삼성의 부진은 축구만이 아니다. ‘99688378.’ 삼성 라이온즈 팬들 사이에서 ‘암흑기 비밀번호’로 불리는 숫자 조합이다. 2016년 이후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 시즌 순위를 나열한 것이다. 2010년대 정규리그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 신화를 쓴 삼성 라이온즈는 ‘종이 사자’가 됐다.

농구단 삼성 썬더스는 준우승을 거둔 2016·2017 시즌 이후 10개 구단 중 7위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다. 이번 시즌도 3승13패, 리그 9위에 처져 있다. 배구 코트를 지배하던 삼성 블루팡스(옛 삼성화재 배구단)는 올해 4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해엔 꼴찌였다.

구단 운영에 한계
과거 삼성 스포츠단은 상대 팀을 주눅 들게 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돈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투자를 통해 우수 자원을 영입했다. 선수들 사이에선 ‘선망의 구단’으로 꼽히고 팬들은 ‘최고 구단의 팬’이란 자부심을 가졌다. 상황이 바뀐 건 2014년께부터다. 스포츠단 운영이 제일기획으로 통합됐다. 이즈음 정치적인 이유가 겹쳐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원이 줄었다. 삼성 스포츠단은 화끈한 베팅보다 ‘가성비’를 앞세우는 팀이 됐다.

최근 삼성 구단의 연봉 총액이 현실을 말해준다. 라이온즈(2위)를 제외한 블루윙즈(8위), 블루팡스(7위), 썬더스(8위)의 연봉 총액은 밑에서 1~3위를 다툰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은 반면 다른 구단은 공격적으로 투자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고위 경영진의 스포츠단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삼성의 2인자’로 불린 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 김순택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에 대해 스포츠계 관계자들은 “열정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교(옛 부산상고) 동문 김응룡 감독을 직접 데려왔고 김 부회장은 경북고 후배인 류중일 감독을 중용했다. 삼성의 스포츠단 운영에 ‘전략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감독·선수 순혈주의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구단주들도 주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OB(올드 보이)’들이 맡고 있다.
진퇴양난 삼성
삼성 입장에선 ‘진퇴양난’인 상황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장성의 한계가 뚜렷한 국내 스포츠산업에 매년 수백억원을 투자할 유인이 크지 않다. 스포츠팀의 고전으로 인해 ‘1등 삼성’이란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선뜻 손을 떼지 못하는 건 팬들이 스포츠단 운영을 ‘사회공헌’ 차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직접 프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SK처럼 삼성도 적합한 매수자에게 구단을 넘기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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