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4일 선거 제도 개편와 관련,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질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입법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가 며칠 전 선거와 관련해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발언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 유지 등 정치개혁 약속 파기를 시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야가 합의해 연동형을 병립형으로 회귀시키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이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공고화하고 정치적 대결 구조를 심화시키는 커다란 후퇴"라며 "나라가 어려운 이때 우리는 선국후당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진정한 민주당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민주당을 똑바로 세워달라"며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를 위한 결단에 나서시라"고 강조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편안히 쉬고 있는데, 나라 걱정이 자꾸 강해져서 걱정 하지 않고 살게 좀 해달라고 호소하러 나왔다"고 했다.
그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이래선 안 된다, 이런 심정을 호소하기 위해 왔다"며 "기본적으로 위성정당 방지법을 여야 할 것 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탄핵은 과반 (의석)으로 (단독 처리)하면서, 이건 왜 과반으로 못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손 전 상임고문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제가 민주당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조금 과격한 얘기를 썼다가 마지막에 지워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지사를 지내고, 성남시장을 지낸 사람이 당시 분당 선거구가 나왔는데 인천에서 공천받았다. 이 대표 책임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자존심 문제"라며 "거기서부터 민주당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꼼짝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당 국회의원은 열정, 사명감이 필요하다. 긍지를 가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이렇게 망해가는데 민주당 걱정을 안 하는지, 그래서 지금 화가 난다"라고도 말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것에 대해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으니까 하는 거겠죠"라며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안들이 다각도로 논의됐고, 모색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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