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글 적힌 김두량 '삽살개' 그림 첫 공개

입력 2023-12-07 18:56   수정 2023-12-08 00:38

주인한테 대들고 있는 걸까. 앞을 노려보며 으르렁대는 개 한 마리가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조선시대 화가 김두량(金斗樑·1696~1763)의 작품 ‘삽살개’(1743·그림)다. 풍성한 털과 날카로운 발톱이 인상적인 이 그림 위쪽에는 영조(재위 1724~1776)의 글이 적혀 있다.

“밤에 사립문을 지키는 것이 네 책임이거늘, 어찌하여 낮에도 이처럼 짖고 있느냐.” 그 당시 조정의 관료들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돼 다투고 있었다. 화합을 도모했던 영조가 이들을 ‘대낮에 짖는 삽살개’에 빗대 꾸짖은 것이다.

‘탕평(蕩平)’을 위해 글과 그림으로 소통했던 영조·정조대의 궁중 서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8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 특별전에서다. 이번 전시에는 처음 대중에 공개되는 ‘삽살개’를 비롯한 88점의 유물이 걸린다. 탕평은 유교 경전 <서경>에서 따온 말로 ‘치우침 없이 공정하면 왕도가 넓어지고 평탄해진다’는 뜻이다.

전시는 내년 영조 즉위 300주년을 앞두고 마련됐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과 그림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알리려고 소통한 영조와 정조의 행적에 주목한 전시”라고 말했다.

영조가 탕평을 추구한 건 왕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재를 폭넓게 등용하기 위해서였다. 전시장 입구를 지키듯 걸려 있는 ‘삽살개’를 지나면, 이에 대한 영조의 고민을 담은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벽면에 빼곡히 들어선 신하들의 초상화가 대표적이다. 탕평 정신에 맞게 소론 출신 박문수, 남인 출신 강세황 등 여러 파벌의 신하들에게 두루 일을 맡겼다.

이미지를 활용한 정치는 정조대에도 이어졌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장륜융범 기명창휴’라는 존호를 그에게 올리고 이를 새긴 ‘장조 추상존호 금인’(금 도장)을 만들었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존하며 자신이 정당한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화성원행도’다. 1795년 정조의 수원 화성 행차 장면을 담은 높이 151.8㎝, 너비 66.2㎝의 8폭 병풍이다. 가운데 임금을 중심으로 신하들은 대칭을 이루듯 앉아 있지만, 바깥쪽의 백성들은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물건을 사고파는 등 자유로운 모습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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