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LX 등 최근 연말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주요 그룹에서 OB 기업인이 핵심 계열사 부회장, 대표 등에 다시 임명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부 OB에게는 ‘불사조’란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꼽힌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삼성SDI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마치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지난달 27일 단행된 삼성전자의 ‘2024년 사장단 인사’에서 신사업 개발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 수장으로 임명됐다. 미래사업기획단은 2009년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의 지시로 신설돼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한 ‘신사업추진단’에 비견될 정도로 핵심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지난 7일 SK그룹의 2차전지 계열사 SK온의 신임 CEO에 임명된 이석희 사장도 약 1년2개월 만에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SK하이닉스 CEO를 맡은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한 뒤 퇴임했다.
LX그룹 소속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로 세계 3위권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개발사인 LX세미콘 CEO로 낙점된 이윤태 사장도 ‘화려한 복귀’란 평가가 나온다. 이 사장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기 CEO를 맡아 전자장치 부품과 반도체기판 등을 주력사업으로 키운 성과를 냈다. 이 밖에 LG전자 MC사업본부장을 끝으로 2년 전 은퇴했다가 이번 인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복귀한 이연모 부사장도 ‘OB의 귀환’ 사례로 꼽힌다.
이석희 사장 역시 전 부회장 못지않은 탄탄한 엔지니어 경력을 쌓았다. 서울대 무기재료공학 학·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재료공학 박사 출신으로 세계적인 반도체기업 인텔에서 ‘최고 기술자’ 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키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윤태 사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판 등 정보기술(IT) 부품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팔방미인’형 기술통이다.
한 경제단체 부회장은 “기업들이 신구 경영자의 조화를 통해 위기를 헤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빈난새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