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스라엘은 돈만 주면 독재정권에도 무기 팔았다

입력 2023-12-08 18:46   수정 2023-12-09 00:38


2018년 12월 한 아랍 언론인이 살해당했다. 그의 이름은 자말 카슈끄지. 장소는 튀르키예의 주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이었다. 평소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에 비판적인 칼럼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써온 인물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됐다. 뜻밖의 이름도 거론됐다.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정보기술(IT) 기업 NSO그룹이 개발한 휴대폰 스파이웨어 ‘페가수스’가 카슈끄지 살해에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호주 언론인 앤터니 로엔스틴은 <팔레스타인 실험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카슈끄지의 주검까지 훼손한 소름 끼치는 살해 방식에도 네타냐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은 정반대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추파를 던졌다. 이스라엘은 NSO를 비롯한 사이버 해킹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정권과 한층 가까워지기를 원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세계 10위(2018~2022년 기준)의 무기 수출국이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그 이면의 실체를 까발린다. ‘악명 높은 무기상’의 모습을 한 이스라엘이다. 자신도 유대인이라는 저자는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인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의 무기 실험실이자 경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가자지구 하늘 위를 나는 드론, 각종 감청 장비,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는 아이언돔, 가자지구 공격 때 사용하는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등의 활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TV 화면을 통해 전 세계에 생생히 전해진다.

무엇보다 책이 문제 삼는 건 이스라엘이 무기와 감시 체계를 파는 상대다. 이스라엘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독재 국가나 인권 유린 국가도 상관없다.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집단 학살을 저지른 피노체트 정권하의 칠레, 독재자이자 학살자였던 수하르토의 인도네시아 등에 이스라엘 무기가 공급됐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책은 2018년 로힝야족을 집단 학살한 미얀마군에 무기를 제공한 것도 이스라엘이었다고 전한다.

2021년엔 국제 공동 탐사보도팀에 의해 휴대폰 해킹 툴인 페가수스를 통해 감시받은 5만여 명의 인물이 드러났다. 14명의 전·현직 국가정상급 인사도 목록에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라훌 간디 전 인도국민회의(INC) 총재 등이다.

NSO그룹은 범죄 및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용도로만 페가수스를 팔았다고 항변했지만, 실상은 각국 정부가 정권에 불만을 가진 세력을 감시하는 데 사용됐다. 멕시코 헝가리 바레인 인도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독일 태국 아랍에미리트 등도 페가수스 사용국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페가수스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복합체 국가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 아래의 이스라엘이 그랬다.

이스라엘의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는 “이스라엘은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초토화 작전을 수행하며 신무기를 현장 시험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며 “소셜미디어에서 이 전쟁 무기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하면서 잠재적인 글로벌 바이어들을 겨냥했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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