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끊기면 산업 마비되는데…中 저가 제품에 길들여진 韓

입력 2023-12-08 18:47   수정 2023-12-09 02:03

원가 부담 등의 이유로 국내 생산을 기피하는 ‘로테크(low-tech)’ 제품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가 2년 전 요소수 파동에도 불구하고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수급 현황을 이유로 로테크 제품에 대대적인 수출 통제를 가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경제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관계부처는 요소수 대란이 불거진 2021년 12월부터 200개의 경제안보 핵심품목 수급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안보를 이유로 핵심품목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요소는 핵심품목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반면 중국 정부가 최근 수출 통제에 나선 화학비료 주원료인 인산암모늄은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중국 현지 보도가 나온 뒤에야 수출 통제 소식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요소와 인산암모늄은 생산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원가 부담이나 환경 오염 때문에 국내 생산을 기피하는 제품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수입액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차량용 요소는 1억1547만달러(약 1500억원), 인산암모늄은 4075만달러(약 540억원)다.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 다른 국가를 통한 조기 다변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기준 1000만달러 이상 수입 품목 393개 중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216개로 55%에 달한다. 95% 이상 의존하는 품목도 145개다. 이 중 전구체 등 핵심 원재료 외에 로테크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마그네슘잉곳(99.4%) 전기밥솥(98.8%) 못(97.2%) 인산암모늄(95.3%)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10년대 초반 희토류 공급을 중단한 것처럼 노골적인 ‘자원 무기화’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침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원재료 공급 중단은 중국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는 데다 국제사회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소와 인산암모늄 등 로테크 제품을 활용해 한국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쓸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훈 무협 공급망 분석팀장은 “요소처럼 일부 품목의 공급 물량 조절을 통한 ‘길들이기’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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