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 플랫폼 활성화 등 미디어 환경 변화로 업황 악화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TV홈쇼핑업계가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한 제작비 절감에 힘을 쏟고 있다. 제작비를 줄여 버티는 힘을 키우는 동시에 시청자에게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어서다.
AI 도입하니 매출 ‘쑥’
11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이 업계 최초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지난 8월 론칭한 ‘아쇼라’(서아랑의 쇼핑 라이브)는 기존 일반 방송보다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쇼라는 지난 9~10월 방송 1회(2시간)당 평균 20억원의 주문금액을 올렸다. 이는 같은 시간대의 동일 상품군(패션) 방송 평균 주문액(10억원)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이다.현대홈쇼핑이 특히 의미 있게 보는 건 주문 건수가 급증하는 시간대가 앞당겨졌다는 점이다. 통상 두 시간 분량의 패션 방송은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하고 65분이 지나야 주문 건수가 절정에 이르는 흐름을 보인다.
아쇼라는 방송 시작 후 35분이 지나자 주문 건수가 최다를 찍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쇼호스트가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AI가 다양한 코디를 보여주고 소비자 질문에도 답한다”며 “시청자 입장에선 구입 여부를 고민할 시간이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현대홈쇼핑은 향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작비를 지금보다 15~20%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기술을 적용하면 한 명의 쇼호스트만 출연해도 다양한 실착 이미지 제시가 가능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도 변신 한창
현대홈쇼핑의 방송 제작비는 아직 디지털 기술 도입이 본격 확대되기 전인데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2020년 226억원→2021년 224억원→2022년 218억원으로 매년 조금씩 줄었다.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체감상으론 상당한 규모의 절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홈쇼핑은 이 시기 스튜디오에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할 미디어월 도입을 마무리했다.다른 TV홈쇼핑업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TV 시청자가 줄어드는 와중에 송출 수수료 부담이 커져 고정비를 줄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안고 있어서다.
KT알파는 지난 4월부터 AI가 만든 배경음악을 송출하고 있다. ‘밝은’ ‘통통 튀는’ 등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음악을 만들어낸다.
KT알파 관계자는 “AI 도입 전에는 음원을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별도로 내야 했다”며 “AI 도입 이후에는 음원 사용료가 42%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업체가 낸 송출 수수료는 1조9065억원으로, 방송 매출(거래액)의 65.7%에 달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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