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준의 인문학과 경제] 쇼핑 축제 된 크리스마스, 소박한 기부도 함께 하기를…

입력 2023-12-13 18:29   수정 2023-12-14 00:10

12월의 ‘빨간 날’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종교 축일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색채를 지우려는 시도가 늘 있어 왔다. 미국의 ‘진보’ 세력은 20세기 말부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지 말고 ‘해피 홀리데이스’라고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자세라고 주장해 왔다. 아예 공휴일 지정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최근 들어 등장했다. 캐나다 국가 인권위원회는 2023년 11월 24일, 크리스마스가 백인 식민주의의 유산이며 차별적인 ‘종교적 불관용’에 해당된다고 판정했다.

캐나다에서 크리스마스를 단죄한 국가 인권위원회에 대항해 크리스마스를 수호할 권리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것은 가톨릭이 다수인 프랑스어권 퀘벡주다. 퀘벡의 주 언어인 프랑스어로 크리스마스는 ‘노엘’이다. ‘태어남’을 뜻하는 라틴어가 변형된 말이다. 이탈리아어에서는 이날을 ‘나탈레’라고 부른다. 에스파냐어의 ‘나비닷’과 마찬가지로 ‘태어남’을 뜻한다. 아기 예수의 태어남을 기념하는 이날을 두고 예수를 싫어하거나 예수는 괜찮지만 그리스도교를 싫어하는 이들이 불편한 심기를 갖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기독교를 미워하는 이들까지 설레게 만드는 데 진력하는 이도 많다. 바로 크리스마스의 경제효과를 최대한 늘려보려는 소매·서비스 업종 경영자와 종사자들이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금기시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미국이나, 크리스마스를 ‘식민주의의 유산’이라고 비난하는 캐나다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건만 이미 10월 31일 핼러윈부터 시작해 11월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로 분위기를 띄워놓는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린 온갖 마케팅 기법이 동원된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예수의 탄생을 만인이 기뻐하는 것’이 아니다. 축제의 주인공을 아기 예수에서 선물 보따리를 들고 나타나는 산타클로스로 살짝 바꿔놓는 것은 크리스마스를 탈종교화하고 상업화하는 기본 전략이다. 물론 산타클로스는 4세기 그리스도교 성인인 성 니콜라스를 지칭하기는 한다. 성 니콜라스는 이웃에게 아낌없이 물질적인 기부를 몰래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를 ‘선물’의 상징으로 삼기에 적절한 면이 없지 않다. 성 니콜라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했기에 이웃을 사랑했고 기부와 희생의 삶을 실천했다. 백화점과 쇼핑몰의 산타클로스는 쇼핑할 돈이 있는 이들만을 사랑한다.

경기도 어려운 요즘에 쇼핑은 장려할 일이다. 소비가 살아야 생산도 산다. 쇼핑할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자기 돈을 쓰는 것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라는 날의 의미를 기억한다면, 예수는 제쳐둔다고 해도 산타클로스의 원래 모습인 성 니콜라스를 기억한다면 이웃을 위한 기부가 이날과 이 계절에 함께 이뤄지면 더 좋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기부는 독특한 경제학을 따른다. 그것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가 만들어놓은 기준들이다. 주면 받아야 하는 교환이 아니라 받는 것 없이 주는 것을 오히려 내면의 부를 증진시키는 ‘이득’으로 여긴다. 액수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적은 액수라도 거기에 담긴 선의의 진정성으로 가치를 잰다. 언론에 보도되는 요란한 기부가 아니라 그저 어렵고, 외롭고, 힘든 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뜻을 담은 소박한 기부를 ‘큰’ 기부로 간주한다. 올해도 이 땅 이곳저곳에서 이러한 기부들이 소리 없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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