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사태에 비상 걸린 국민연금 "콜옵션 포트폴리오 전수조사"

입력 2023-12-14 16:38  

이 기사는 12월 14일 16: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11번가 콜옵션 행사 포기'로 국민연금에 비상이 걸렸다. 기금운용본부에선 11번가와 유사한 투자 사례를 전수조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소수지분 투자 보호장치 중 하나인 콜옵션과 드래그얼롱 옵션이 더 존재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지난주 본부에 포트폴리오 중 콜옵션과 드래그얼롱(콜앤드랙·Call&Drag)이 걸렸거나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례를 전수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지시가 떨어지면서 소속 직원들도 과거 체결했던 주주간계약(SHA) 옵션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사이에선 "국민연금이 이 정도로 깊이있게 포트폴리오 전수조사에 수위를 올렸던 건 처음"이란 전언도 나왔다.

콜앤드랙은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 회수 방안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FI가 드래그얼롱(대주주 지분까지 동반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기 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것이란 믿음이 자본시장에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장치로 인식돼왔다.

이번 전수조사는 SK그룹이 지난달 말 11번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촉발됐다는 평가다.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했을 경우엔 원금 5000억원에 내부수익률(IRR) 연 최대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했다. FI는 2018년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8.18%를 확보한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로 국민연금이 앵커 출자자(LP)였다. 11번가는 투자 대가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지만 IPO가 어려워지자 매각을 추진했고 매각도 불발되면서 옵션이 발동했다.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고려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란 업계 예상에도 불구하고 SK는 포기 결정을 내렸다. 국민연금에서도 예상 못한 결정으로 그 파장이 큰 분위기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SK그룹 계열사 다수에 투자를 단행해온 LP다.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 투자(5300억원), 베트남 빈그룹 지분 6.1% 투자(1조1800억원), SK에코플랜트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1조원) 등에 주요 LP로 참여했다. 이들 투자엔 콜앤드랙이 아닌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형태로 보호장치를 확보했다. 마산그룹에는 지난 10월을 시작으로 내년 10월까지 1년간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11번가에 투자한 이후 콜앤드랙 형태를 선호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래 전에 콜앤드랙 형태로 투자한 사례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스톤브릿지캐피탈-신한PE의 SK에너지 인천공장 투자다. 당시 8200억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에 국민연금이 3700억원을 대며 앵커 LP로 참여했다. 콜앤드랙 장치가 있었지만 IPO로 회수에 성공했다. 2011년 참여한 휠라의 아쿠쉬네트 인수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6600억원 중 2200억원을 출자했다. 콜앤드래그 장치가 있었지만 2016년 아쿠쉬네트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회수를 마쳤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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