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기업인도 되새겨볼 '엑스포 교훈'

입력 2023-12-14 18:01   수정 2023-12-15 00:15

지난 6일 부산 깡통시장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관료, 주요 그룹 총수 수십 명이 출동해 떡볶이를 시식하면서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후 부산 시민을 위로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를 마친 뒤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제 관련 행사도 아닌데 총수들까지 불러 모은 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내년 사업계획 점검으로 뛰어다녀야 할 판에 난데없는 떡볶이 시식이 웬 말이냐는 토로였다.
거슬려도 직언하는 부하 아껴야
기자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떡볶이 시식 장면을 보다가 잠시 잊혔던 숫자를 다시 떠올렸다. 119 대 29. 지난달 말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부산이 각각 획득한 득표수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위안을 삼기엔 버거운 숫자다. 실패에 대한 외교적, 정치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실패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인들이 되새길 만한 교훈도 꽤 있다.

단초는 유치 실패 후 나온 대통령 담화에 녹아 있다. 바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는 대목이다. ‘박빙’인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관료와 일부 정치인으로부터 받은 보고가 엉터리였다는 것을 에두른 표현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언제든 마찬가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평소 허황되고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임직원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부도 직전에야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가끔 거슬리고 불편하더라도 객관적 상황을 꿰뚫고 직언하는 부하를 아껴야 한다.

이는 경청(傾聽)의 중요성과도 맞물린다. CEO는 평소 임직원을 존중하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하고 진실한 보고를 받을 수 있다. 일방통행만 하는 CEO는 ‘불편한 진실’을 들을 수 없다. “경영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다산경영상(전문경영인 부문) 수상 소감이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실패에 대한 책임과 설명, 위로의 방법 등도 곱씹어볼 만하다. 엑스포 유치 실패가 확정되자 곧바로 나온 대통령의 담화는 리더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엑스포 실패는 저의 부족”이란 말은 즉각적이고 솔직했다. 적절한 설명이었다(다만 위로의 방법은 적절치 않았다).
경청은 CEO의 최대 덕목
기업인도 사업과 투자,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실패와 마주칠 준비를 해야 한다. 실패에 직면할 경우엔 CEO가 먼저 스스로 반성하고 뒤를 돌아봐야 한다. 그 이후에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고 질책해도 늦지 않다. 임직원과 주주, 투자자를 위한 빠르고 자세한 설명, 그리고 따뜻한 위로는 기본이다.

올 연말 기업 인사철이 끝나간다. 새로 임명되거나 유임된 CEO 모두 ‘엑스포의 추억’에 담긴 소소한 교훈을 되새겨보길 권한다. 녹록지 않은 내년 경영환경을 버텨내고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서 살아남길 응원한다. 밤낮으로 공장을 돌고 바이어를 쫓아 해외를 누비다, 가끔 떡볶이를 시식해야 하는 고단함도 이겨내길 바란다. 건투(健鬪)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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