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압박에 맺은 소송금지 합의…대법, '무효' 취지 파기환송

입력 2023-12-17 09:55   수정 2023-12-17 09:59

부품 공급 중단 압박에 못 이겨 협력사와 맺은 부제소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A사가 2차 협력사인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과 1심 판단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현기차에 차체 등 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B사와 금형 등 생산도구를 대여해주고 부품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부품 단가 조정 등 문제로 2018년 9월부터 분쟁을 겪었다. 결국 A사는 B사에 부품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금형 등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B사는 정산금 지급을 요구하며 금형 반환을 거부했다. A사는 2018년 12월 법원에 금형 등에 대한 동산인도단행가처분 신청을 냈다. B사는 이에 맞서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사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된 A사는 B사의 요구에 따라 향후 어떤 법률적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합의서를 쓰고 동산인도단행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이듬해 1월 A사는 B사에 손실비용 등 24억2000만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하고서야 금형을 돌려받았다. A사는 같은 해 6월 B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취득한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의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부가 소송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해 공포를 느끼게 했다거나, 합의 과정에서 법질서에 위배될 정도의 강박 수단이 사용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원고 측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부제소합의는) 위법한 해악의 고지로 말미암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 등을 반환하지 않은 채 부품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에 원고가 정산금 세부내역에 대해 검토하지 못한 채 합의했다”며 “가처분과 민·형사 소송 등 정당한 권리행사를 포기한 것은 위법한 해악의 고지로 말미암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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