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안보' 핵심경쟁력이 된 원숭이 자원

입력 2023-12-19 16:04   수정 2023-12-19 16:05


지난 4월 국가부도 상태에 있는 스리랑카 정부가 토종 야생 원숭이 10만 마리의 중국 수출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영장류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는 중국의 야심이 엿보인 순간이었다. 희토류보다 경제적 가치와 희소성이 높은 특수한 실험동물 자원을 대량으로 확보한다는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이 보도는 두 달 뒤 스리랑카 정부의 철회 발표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실험용 원숭이 이슈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21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 원숭이 수출입 문제로 미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작년 9월 블룸버그는 실험용 원숭이, 자전거, 반도체가 전 세계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보이는 품목이라고 보도했다. 캄보디아, 모리셔스에선 불법적으로 야생 원숭이가 포획돼 수출되는 사례가 생겼고 베트남에선 최고 권력층까지 원숭이 무역에 뛰어들었다.

1960년대 이후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영장류연구소를 건설해 신약, 백신, 감염병, 장기이식, 신경과학, 재생의학, 행동, 중독, 뇌질환 등 다양한 연구를 지원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가 차원의 바이오안보 중요성이 대두되며 영장류 자원 및 활용 연구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실험용 영장류 자원은 기존에 우리가 많이 사용하던 마우스 자원과는 너무나 다른 특성이 있다. 첫째, 과학적인 실험에서 인간을 가장 잘 흉내 낼 수 있는 자원이다. 실험용 원숭이는 현존하는 실험동물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이다. 30억 개 DNA 염기쌍을 비교하면 평균 93%가 동일하다. 둘째, 인식의 이중성이 존재한다. 실험용 원숭이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돼 바이오선진국으로 수출된다. 한 해 농사를 망치고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골칫덩이’가 한 마리에 수천만원에 팔린다고 하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셋째, 긴 생산 주기와 낮은 생산 효율의 한계다. 암컷 원숭이는 태어나 4년쯤 지나면 성숙하고 5~6달 정도의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중국은 엄청난 시설과 인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세계 1위 수출국이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등 국가에서는 싸게, 효율적으로 원숭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 효율 및 접근성이 매우 낮다. 원숭이 연구에서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현재까지 복제 원숭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질환모델 원숭이를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 마지막으로 실험용 원숭이 자원의 효용성 즉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와 세포 치료제 연구,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이종장기이식 연구에선 실험용 원숭이 자원이 필수다.

정부도 이런 영장류 자원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기에 1998년부터 영장류 연구에 투자했고 2005년 국가영장류센터를 완공했다. 2018년 영장류자원지원센터를 구축했다. 하지만 바이오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국내 자원 생산 거점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해외 농장도 고민할 때가 온 것이다. 우방국들을 활용해 국가적 영장류 자원 거점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지원 인프라도 구축하고 전문 연구자 집단을 키워야 한다. 흩어져 있는 영장류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목표를 위해 융합할 수 있게끔 정부가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정리=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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