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9일 15: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M그룹 계열사인 삼라마이다스가 국일제지를 인수하는 내용이 담긴 국일제지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소액주주연대의 반대로 또 부결됐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은 가운데 채권단은 회생계획안 강제 인가를, 소액주주연대는 회생계획안 폐지를 각각 요청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9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국일제지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됐다. 이날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 100%, 회생채권자 99.7%가 찬성했으나, 참석 주주는 29%만 찬성했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의결권을 가진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이상, 의결권을 가진 회생채권자(무담보채권자)의 3분의 2 이상, 관계인집회 참석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는 예견됐던 일이다. 그동안 국일제지 소액주주연대는 SM그룹의 국일제지 인수를 토대로 한 회생계획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5일 첫 관계인집회에서 부결된 데 이어 이번 관계인집회 표결에서도 부결이 나면서 이제 남은 절차는 법원의 최종 판결에 달렸다. 법원은 강제 인가 또는 회생계획안 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르면 연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강제 인가는 원칙적으로 회생절차를 폐지해야 하지만, 이해관계인들에게 끼칠 손해가 크고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에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조치다.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국일제지 채권단은 회생계획안 강제 인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국일제지 임직원, 채권자, 소액주주 모두를 위해 인가 전 M&A 방식의 회생절차가 불가피하단 주장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최대주주가 확보돼야 코스닥 상장사인 국일제지의 주권 거래가 재개돼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역시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단 취지다.
반면 소액주주연대는 회생계획안 폐지를 요청하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번 회생계획안이 폐지되면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다시 회생계획안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했다. 그 기간에 필요한 자금은 소액주주가 주당 400원의 발행가격으로 1대 1 유상증자에 참여해 508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이 회생계획안 폐지를 결정하면 사실상 청산 절차를 염두에 둔 판결이라는 분석이다. 채권단의 동의 없이는 회생절차에 착수할 수 없는 데다 국일제지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하는 상황에서 추후 SM그룹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신규 투자자를 찾긴 어려워서다.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소액주주 반대로 회생계획안 인가가 부결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회생계획안 인가가 부결된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낮은 변제율을 이유로 채권단이 반대하는 경우였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중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아 주주권이 살아있는 사례 자체가 드물다. 만약 주주권이 살아있더라도 채권 회수에 집중하는 채권단보다 회생절차를 통해 주권 거래 재개를 원하는 주주가 회생계획안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제 우선순위가 있는 채권단이 회생계획안 인가를 요청한 상황에서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해 회생계획안 폐지를 결정하면 독특한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법원이 강제 인가를 허용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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