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 "'소년시대' 바가지머리·배바지 굳이 자청한 이유는…" [인터뷰+]

입력 2023-12-19 17:21   수정 2023-12-19 17:22


"은퇴하는 줄 알았다."

임시완이 주연으로 출연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를 연출한 이명우 감독이 그의 연기를 보고 한 말이다. 임시완은 그만큼 '소년시대'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질함을 연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병태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장병태를 연기한 임시완은 충청도 사투리뿐 아니라 맞고 사는 게 일상이었던 찌질이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주며 폭소와 애잔함을 드러냈다.

임시완은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원래 이랬구나'를 확실하게 느꼈다"며 "저에게 맞는 옷을 입은 거 같다"면서 웃었다.

다소 밉상인 병태의 말투뿐 아니라 바가지 머리, 배 바지까지 외모를 모두 내려놓은 그의 열연에 "역시 임시완"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임시완은 "코미디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았다"면서 "코미디 장르이기에 재밌게 촬영했지만, 그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게, 진지하게 임하려 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다음은 임시완과 일문일답

▲ 본인의 지질한 연기를 어떻게 봤을까.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내가 원래 이랬구나, 지질했다' 하는 걸 확실히 느꼈다. 저에게 맞는 옷을 입은 거 같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표출이 되는 느낌이었다. 제가 이전에 멋있는 역할, 백마 탄 왕자 이런 역할에 분했다고 해서 실제 제 모습이 그런 것과 비슷한 게 아니라 걸 깨달았다.

▲ 코미디는 처음이었다.

욕심은 있었다. 언젠가 해보고 싶었다. 제대로 된 코미디는 없었는데, 도전하기에 앞서 큰 용기를 받았던 게, 코미디를 정말 다루는 이명우 감독님이 계셔서 기댈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 접하는 코미디라 이걸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접근하려 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오버하지 않으려 했다. 현장에서 그 분위기에 휘말려 오버하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고, 분석하고, 감독님과 작가님과 임하려 한 작전대로 가려고 했다.

▲ 캐릭터를 완성해가면서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 있을까.

감독님이 열어두셔서 더 많이 했다. 더 과하게 바가지 머리를 했고, 배바지까지는 의도가 없었는데, 제가 올려서 입었다. 그게 저로서 납득이 됐던 게, 학생 땐 키가 더 클 거라고 해서 어른들이 큰 걸 입히지 않나. 어릴 때 전, 제 치수에 맞는 옷을 입은 적이 없었다. 항상 더 큰 옷을 입어서 배바지로 입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해봤다. 그런데 반응이 좋더라. 더 치켜올리게 됐다.

▲ 충정도 유학도 다녀왔다.

충청도 사투리가 주는 힘을 느꼈다. 똑같은 상황의 이야기라고 해도, 사투리 자체가 부드럽게 풀어주는 느낌이 있다. 굉장히 살벌하고, 잔인하고 무서운데, 충청도 사투리라 그 무서움이 완화되는 거가 있더라. 중독성도 있다. 실제로 이걸 하고 나서 주변에서 '잘 봤구먼' 이런 식으로 반응이 오고, 저도 화답하게 된다. 지금도 실제 생활에도 많이 써먹는다. 분위기를 유하게 하고자 할 때, 덜 친한데 그 분위기를 만들어 낼 때 유리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카카오톡이나, 약간 민망함을 표현할 때도 표준어보다 유용한 거 같다.

▲ 시대적 배경이 경험해보지 않았던 시기였다.

다행히 제가 다닌 학교는 폭력이 난무하는 곳은 아니었다. 저 역시 돌이켜보면, 병태와 같은 지질함, 까불까불함은 있었다. 얌전한데, 얌전히 까불거렸다. 그런데 반장, 부반장을 계속해서, 감투가 있으니 까불거림이 넘어간 거 같다. 굳이 안 해도 되는 말도 있을 수 있고, 나대는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봐주지 않았나 싶다.

▲ 웃기긴 하지만 학폭 미화라는 우려도 있더라.

병태는 입으로 매를 벌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폭력은 안 된다는 게 '소년시대'의 명쾌한 메시지 같았다. 학폭 미화는 아니다. 이 작품이 그렇게 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저뿐 아니라 감독님도, 작품에 임하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었다. 폭력이 정당화되는 그런 논리가 합리화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이 작품 사이에 나올 수밖에 없는 폭력에 대해, 이걸 보는 사람들이 누구라도 아프지 않았으면 했다. '매를 부르는 병태'라고 해서 한 대 맞을 걸 두 대 맞았는데, 실제보다는 연출로 보여줄 수 있길 바랐다. 앞으로도 폭력 미화 결론 도출은 없을 거다.

▲ 내가 봐도 때리고 싶은 병태였던 때가 있었나.

굳이 굳이 안 해도 될 얘기를 해서 또 맞고 그랬다. 병태는 그런 것들의 연속인 거 같다. 저 역시 그 부분 일부러 살리려고도 노력했고, 추가로 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말씀도 많이 다녔다.

▲ 싸움을 못 해야 하는 액션신은 어땠나.

정말 많이 맞았는데, 액션신 불문율이 '맞는 놈이 때리는 놈보다 더 편하다'는 거다. 때리는 건 누군가를 가해하는 거다. 때리는 척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보이는 게 액션신의 미학 아닌가. 맞는 것처럼 보이도록 묘사해야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맞는 사람은 맘 편하다. 부담감은 훨씬 덜했다.

▲ 그래도 많이 맞고 뒤구르다 보니 다치진 않았나.

액션 장면에서 크고 작게 다치는 건 일상다반사다. 하다가 쓸려서 상처가 나는 건 흔하다. 대진(허건영 분)이랑 처음 싸울 때 서로 부대끼는 상황에서 제가 땅에 쓸린 적이 있다. 피가 좀 나 있더라. 그게 방송에 그대로 탔다. 그런데 그게 병태의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

▲ 교복을 입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영광이었다. 제 나이를 반으로 줄인 거였다. (웃음) 올해 바뀐 버전으로 서른네살인데, 교복을 입다니 영광이었다. 그리고 감독님께 감사한 부분인데, 캐스팅할 때 제 나이대로 맞춰주셨다. 고등학생 역할 분들의 나이를 올려서 캐스팅하셨다. 그래서 비등비등하게 고등학생인데 노안인 느낌으로 했다. 그 무리 속에 있으니 보호색을 띠는 거 같아서 안도감이 생겼다. (웃음)

▲ 동안이라는 얘길 많이 듣다 보니, 작품 외적으로 관리도 많이 하게 될 거 같다.

기본적인 건 한다. 그런데 시술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시술은 하지 않는다. 안티에이징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연적인 안티에이징을 추구한다. 그래서 운동해서 땀을 빼고, 마사지를 받고, 식이요법을 한다. 마라톤을 좋아하지만 피부가 상할 수 있다고 해서, 실내 복싱을 많이 하고 있다.

▲ 극 중 박남정 'ㄱ, ㄴ' 춤도 주목받았다.

누가 봐도 멋있어야 하는 춤이라면 부담이 컸을 거 같다. 그리고 출연을 고려해봤을 수도 있다. 짧지만,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장면이니까. 그런데 '킹'받고 '지질해야 한다'는 게 묻어 있으니까, 제가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더라. 그래서 하기로 했고, 좀 과분한 선생님이긴 한데, 친구인 효진초이님에게 배웠다. 효진이의 성향이기도 한데 '병맛이라도 기본기는 충실해야 한다'는 주의라, 연습할 때 반복 연습을 엄청나게 했다. 목을 움직이는 걸 잘해야 더 킹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했다. 거기서도 자신감을 느꼈다.

▲ 아이돌 활동을 같이했던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이상하게 이번엔 광희가 반응이 없다. 이전엔 광희가 언급을 많이 해줬는데, 이번엔 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광희는 뭔가 대작의 느낌에서만 언급을 하는 거 같다. '소년시대' 포스터를 보면, 무를 들고, 곡괭이 들고 그런 모습이다 보니 광희가 대작의 느낌을 못 느낀 거 같다.

▲ 그동안 필모그라피를 보면 쉽지 않은 연기를 많이 보여준 거 같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예전엔 정해주는 걸 했다면, 지금은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방법을 찾는 건 매번 바뀐다. 하지만 그 속에서 중심축은 새로운 모습을 이어간다는 거다. 나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피하고자 한다. 그래서 도전을 많이 하려고 했고, 그게 생명력을 연장해 주는 길이라 생각한 거 같다.

▲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2 출연이 확정됐다. 거기에선 어떤 임시완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적어도 지질이, 찐따는 아닐 거 같다. 병태같이 숫자 단순 산수 계산도 못 하는 캐릭터는 제 인생에 '소년시대' 시즌2 외에 또 있을 수 있을까 싶긴 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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