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北 GDP 한국의 1.7%

입력 2023-12-20 17:35   수정 2023-12-21 00:18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했던 1997년 중국 옌볜에서 동포(조선족) 사업가를 만났을 때였다. 북한을 자주 드나든다기에 실상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집집마다 하얀 천이 주렁주렁 걸려 있어서 아기 있는 집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여성들 생리대였어요. 중국에서도 그런 거 사라진 지가 언제인데….” “청진에 사는 친척 동생이 찾아왔는데 너무 말랐어요. 시립악단 책임자니까 중간 이상은 될 텐데 말입니다. 몸보신을 시킨다고 고기를 좀 먹였더니 그걸 소화하지 못해서 다 토해 버렸지 뭡니까.” 눈물을 글썽이던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위기 국가다. 작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년 100만t 안팎의 식량이 부족해 약 1000만 명이 고질적인 식량 부족 상태에 노출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 시기 3년간의 국경 봉쇄로 식량난이 악화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유엔은 인구의 절반가량이 영양 부족이라고 추정한다. 먹을 게 부족한데 다른 경제 사정이야 오죽할까. 지난 7월 세계은행은 북한을 1인당 국민총소득(GNI) 1135달러 미만인 저소득 국가로 분류했다. 최빈국이란 얘기다.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말리 소말리아 남수단 예멘 르완다 등이 북한과 동급이다.

남북한 경제력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23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6조2000억원. 대한민국(2161조8000억원)의 60분의 1 수준이다. 내년 서울시 예산(45조7230억원)보다 훨씬 적다. 1인당 GNI는 143만원으로 남한(4249만원)과의 격차가 약 30배로 벌어졌다. 1인당 하루 에너지 섭취량은 1982㎉로 남한(3156㎉)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무역총액은 북한이 15억9000만달러, 남한이 1조4000억달러로 격차가 892배에 달했다.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잇달아 쏘아 올리며 힘자랑을 하는 북한의 민낯이다. 김정은에게 언제쯤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올까.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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