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는 “보통은 한 시간에 2만원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데,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는 한 시간에 4만~5만원을 벌 수 있다”며 “예전엔 눈·비 오는 날엔 안 나오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벌이가 좋은 날이라는 마음이 더 커져서 꼭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2년 차 배달기사인 최모씨(62)는 “새벽 6시에 나와서 오후 4시까지 51건 뛰어서 25만원 벌었다”고 했다. 그는 “젊은 친구들은 60~70건 뛰어서 30만~35만원은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8년차인 강모씨(34)도 “평소보다 1.5~2배 정도 버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더운 여름에는 쏟아지는 땀을 견딜 체력이 중요하고, 추운 겨울에는 체온을 덜 빼앗길 아이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밥 먹는 30분을 빼면 밖에서 최소 10시간 있어야 한다”며 “여름엔 체력전(戰), 겨울엔 아이템전”이라며 웃었다. 동료인 최씨는 “내복, 티셔츠, 조끼, 점퍼, 외투까지 다섯 겹을 껴입었고 온몸에 핫팩을 붙이고 다닌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추운 날씨를 견디며 거리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콜 건수 감소다. 코로나19 사태 때 폭발적으로 늘었던 배달 수요가 꺾이면서 배달기사 수입은 과거만 못하다. 4년 차 배달기사 위모씨(32)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든 후 체감상 콜 건수가 20~30% 줄어든 것 같다”며 “이제는 장마철과 한파 때를 빼면 업무 시간 대비 수익이 잘 나는 날이 많지 않다”고 했다. 전씨는 “주 6일 일하면 월 340만원 정도 버는데 오토바이 비용과 기름값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건 200만원대 후반”이라고 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배달일에 뛰어드는 사람은 전보다 늘었다. 이날 배달일에 나선 기사들은 힘들어도 단가가 높고 경쟁이 덜한 연말 대목에 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19일 밤 11시 서울 학동사거리에 마련된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만난 6년 차 50대 기사 천성현 씨는 “잠깐 쉼터에 앉아 있는 사이 콜이 잡힐 수도 있어 밖에서 대기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자식이 둘인데 키워야 하니까 춥지만 나왔다”고 했다. 2년 차 대리운전기사 최승학 씨(53)는 “평소에는 버스정류장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에 들어가 대기하는데 올해 전용 쉼터가 생겨서 일 나올 때마다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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