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맵시'의 추억

입력 2023-12-26 16:15   수정 2023-12-26 16:21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출범 이후 올스타전 MVP에 주어진 부상은 언제나 자동차였다. 첫해엔 롯데자이언츠 소속인 김용희 선수가 대우자동차 맵시(사진)를 받았고 이듬해는 학다리로 유명했던 OB베어스 신경식 선수에게 현대차 포니가 주어졌다. 이후 대우차와 현대차는 로얄 XQ 및 스텔라, 로얄 프린스, 쏘나타 등을 앞세워 프로야구 MVP 홍보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심지어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도 1996년 싼타모를 부상으로 제공했다. 1998년에는 부산에 공장을 둔 삼성자동차가 SM520을 등장시켰다. 쌍용차와 기아자동차를 제외하면 모든 국내 제조사가 올스타전 MVP를 주목했던 셈이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자동차 산업에 칼바람이 불었다. 위기에 처한 기아는 1999년 현대차가 인수했고 3년 후 제너럴모터스(GM(은 대우차를 삼켰다. 프랑스 르노는 삼성자동차를 흡수했다. 그래서인지 올스타전 선물의 단골이었던 자동차는 1999년부터 황금 또는 현금으로 바뀌었다.

다시 자동차가 MVP 선물로 등장했을 때는 2009년이다. 이때부터 수상 차종은 기아 차종이 독차지했다. 2001년 해태타이거즈를 인수한 기아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 중에는 유일한 자동차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먼저 MVP 상품으로 제공된 대우자동차 맵시는 그 당시 대우자동차가 아닌 새한자동차가 제조했다. ‘맵시’는 순우리말로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를 뜻한다. 차명이 한글로 지어진 배경은 새한자동차의 주인이 산업은행이었기 때문이다. 1982년 3월 산업은행이 새한자동차를 시켜 맵시를 내놓고 현대차 포니와 기아 브리사와 경쟁시킨 형국이다. 당시 제조사인 ‘새한’의 의미 또한 ‘뉴 코리아(새로운 한국)’였다.

그러나 결국 맵시는 포니에 참패했다. 그런데 같은 해 연말 새한자동차의 대주주로 대우그룹 선정됐고 자연스럽게 대우자동차 맵시로 바뀌었다. 그런데 대우차 눈높이에서 맵시는 경쟁력이 너무 약했다. 그래서 1984년 4월 차세대 맵시를 내놨고 이 차에 ‘맵시-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맵시-나’는 두 번째 맵시라는 뜻으로 ‘가’ ‘나’에서 두 번째 의미도 있고 ‘맵시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뜻도 함의돼 있다.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맵시나는 소형차 시장에서 번번이 현대차 포니에게 밀렸던 대우차의 위상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출시 초기부터 인기를 끌어 1983년 9월 시장 점유율이 29%를 달성했고, 10월에는 42%까지 오르며 현대차를 긴장시켰다. 1984년 1월에는 GM의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오토맵시나’가 라인업에 추가돼 국내 자동차 시장에 자동변속기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1985년에는 고급화한 맵시나 디럭스와 하이디럭스 모델이 추가됐고 가격은 각각 456만원과 472만원에 달했다. 최고급 모델인 하이디럭스는 당시 대우차의 최고급 차종이었던 로얄살롱과 비슷한 내·외관으로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 포니와 포니 엑셀에 없던 고급스러움이 소형차 내에서도 상위 차종으로 인식된 결과다.

맵시나는 1986년 7월 후속 차종인 르망이 출시될 때까지 8만대 이상이 생산되고 판매됐다. 1987년 3월에는 택시 차종인 맵시 시그마로 출시돼 1989년 2월까지 명맥을 이어갔는데 현재 국내에는 3대가량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그 나라의 자동차산업 수준을 보려면 문화를 보라는 말이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은 아직 클래식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 포니를 계기로 과거 차종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과거 차종’으로 표현되지만 그게 곧 시대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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