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국식 고속성장 모델의 종말

입력 2023-12-26 17:37   수정 2023-12-27 00:11

2023년을 돌아보면 미국 경제는 우려했던 것보다 강했고, 중국 경제는 기대했던 것보다 약했다. 작년 이맘때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실물경제 냉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Fed는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잠재우는 데 성공한 듯하다.

중국 경제는 올 하반기께 회복세로 돌아서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생길 공백을 메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작년 말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를 선언한 데다 통화·재정 정책을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그러나 과거와 같은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회복 탄력성 둔화된 中경제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분석 기사에서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고려하지 않고 중국 경제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중국 경제가 그동안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다양한 요인이 거론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이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였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의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함으로써 재정수입을 충당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이 땅에 도시화에 필요한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을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소득 증가→부동산 수요 증가→부동산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중국 주택 가격은 그러나 작년 6월 이후 최근까지 2개월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활황기에 이뤄진 과잉투자로 주택 공급은 늘었지만, 고령화 및 도시화 여력 소진으로 수요는 줄었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주택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면 적어도 4~6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1인당 42㎡의 주거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대다수 유럽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선진국 못지않게 포화 상태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침체 늪에 빠진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 냉각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선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헝다·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고, 이는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방정부 세수의 40%를 차지하던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이 급감하면서다.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조달한 부채 규모는 7조~11조달러에 달한다. 이 부채는 정부 부채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아 중국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평가된다. 전체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몰려 있는 개인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자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의 부진은 부동산에 과도하게 기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달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을 때까지 중국 경제의 부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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