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땅만 보고 걸어"…일본 여행 온 관광객들 '화들짝' [여기잇슈]

입력 2023-12-27 20:00   수정 2023-12-27 20:11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크리스마스이브, 인파로 북적이던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토요코 키즈(Toyoko Kids) 남녀 10여명이 모인 무리와 경찰 2~3명이 대치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집으로 돌아갑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전광판을 내걸고 주변을 순회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듯 10대로 보이는 여성 몇몇은 산타 복장을 하고 나란히 서서 남성들에게 전단을 나눠줬다. 학생으로 보이는 또 다른 사람들도 거리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음주와 흡연을 즐겼다.

일본의 주요 번화가로 꼽히는 신주쿠가 가출 청소년을 지칭하는 토요코 키즈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토요코 키즈란 신주쿠 가부키초의 유명 영화관 '토호 시네마' 옆 광장 근처에 모여 노숙하거나 거리를 배회하는 중고등학생 무리를 뜻한다. 청소년들이 거리로 몰려 불법적인 약물 투약을 비롯해 폭행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토요코 키즈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일본 경시청도 신주쿠 등 유흥가에 드나드는 미성년자들에 대한 집중 단속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토요코 키즈는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경계의 대상이 됐다. 이들 주변의 관광객들은 "저들이 토요코 키즈인 것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지 말자", "그냥 조용히 지나가자"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공포감을 호소하는 한국인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여행을 왔다는 이모 씨(29)는 "말로만 듣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무섭다"며 "혹시나 해코지당할까 무서워서 땅만 보고 걸었다"고 말했다.

토요코 키즈에 다가서며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 무리는 토요코 키즈에 다가가 사진 촬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경찰의 제지로 이어졌다.

신바시에 거주한다는 마키오 씨(33)는 "여기(토호 시네마 근처)는 이런 모습이 일상"이라며 "연말을 맞아 일본을 찾은 관광객 입장에서는 '컬쳐쇼크(문화충격)'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토요코 키즈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사람을 구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일본 공영방송 NHK '클로즈업 현대'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한 중학생 소녀는 "학교에서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엑스(X.옛 트위터)에서 친구를 구해 함께 왔다"고 했다. 다른 고교생도 "학교에는 친구가 없는데, 이곳(토호 시네마 앞)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했다.

'클로즈업 현대' 제작진은 "가출, 비행 청소년이 주를 이루는 토요코 키즈는 주로 근처 호텔에 몰래 단체로 들어가서 잠을 자는데, 한 명당 1000엔(약 9080원) 정도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며 "돈이 없을 때는 노숙도 하는데,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토요코 키즈 중심의 불법 마약 거래와 약물 오남용 등 문제까지 활개 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일본 현지 매체들은 경시청이 가부키초 유흥가 인근에서 다른 여고생에게 무허가로 감기약을 판매한 여고생 A양(16)을 체포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이들 모두 약물중독에 빠져 과다복용을 위해 불법 거래를 저지른 것으로 봤다.


외신들도 이 같은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토요코 키즈가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이 불법 성매매 등 범죄의 소용돌이에도 빠져들고 있다"며 "일반 의약품의 과다복용으로 인해 미성년자가 입원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들의 존재감이 더 부각됐고, 이들 중에선 가정 폭력에 시달린 청소년도 여럿"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토요코 키즈를 자처한 청소년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현지 노숙자 자선 단체 재판 라스트 미니트 푸시(Japan Last Minute Push)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토요코 키즈 수가 팬데믹 이전보다 5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경시청이 실시한 토요코 키즈 단속에서는 13세~18세 청소년 42명이 보도 대상이 됐다. 보도는 청소년의 비행 방지를 위한 계도를 말한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 중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5명, 29명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도쿄뿐만 아니라 도쿄 바깥의 지역에서도 청소년들이 모이면서 토요코 키즈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도쿄=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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