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흐르는 스피커, 감정 따라 맛 변하는 커피…기술과 예술의 '만남' [긱스]

입력 2023-12-27 18:02   수정 2024-01-04 16:27


생성형 인공지능(AI)처럼 세상을 바꾸는 신기술은 예술계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기술은 예술의 동반자인가, 경쟁자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곳들이 한데 모였다. 24개 아트테크기업(팀)이 입주한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이다. 이들 기업은 기술에 예술을 입히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아트코리아랩은 지난 10월 개관한 예술종합지원 플랫폼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센터가 운영한다. 이곳에 둥지를 튼 번슬랩, 얼스(3ARTH), 사운드울프 등 3개사 대표를 만났다.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스피커
‘닥드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뉴미디어 작가이자 아트 스타트업 번슬랩을 이끄는 정승훈 대표(41). 그는 8년여 전부터 자성유체(액체처럼 형태가 변하는 자석)의 신비로움에 매료돼 이를 토대로 작품세계를 구현해왔다. 자성유체는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로켓 연료로 개발한 물질이다.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건 자성유체로 만든 상업제품인 비주얼라이저(시각화 장치)였다. 2021년 2월 작업하다 남은 재료로 오디오의 자기에 반응하는 비주얼라이저를 만든 뒤 SNS에 올린 게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이 비주얼라이저를 스피커에 접목해 ‘베놈 스피커’(사진)를 제작했다. 제품에 내장된 전자석은 재생되는 소리와 상호작용해 자성유체를 움직이게 하는데, 이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악에 맞춰 액체가 춤추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정 대표는 “비주얼라이저를 스피커 외에 다른 기기에도 접목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분 따라 달라지는 커피 맛
이승정 얼스 대표(34)는 한양대 아트테크놀로지대학원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을 공부했다. 이를 토대로 인간의 감정과 감각 사이의 상관관계를 표현하는 아트 프로젝트인 ‘탠저블 이모션’을 진행했다.

방식은 이렇다. VR 콘텐츠를 본 관람자의 전두엽에 흐르는 뇌파를 측정한다. 측정된 뇌파는 알고리즘을 통해 뇌파-감정-감각 순으로 변환된다. 이를 뇌파에 반응하는 6개의 LED(발광다이오드) 바의 빛깔과 움직임(시각), 사운드(청각)를 통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관람자의 감정을 확인한다. 여기까지는 예술이다.

얼스는 다시 미각을 더했다. 관람자가 센서에 손을 대면 피부전도도(EDA) 감지로 감정 상태를 측정한 뒤 이를 미각으로 표현한다. 참여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비율로 블렌딩된 원두가 추출되고, 참여자는 자신의 기분을 표현한 커피를 맛보게 된다. 예술이 상품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인간의 감정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사례는 많다. 얼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감정을 측정·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몰입’ 상태인 사람의 뇌파, 체액 분비량, 심박수 등을 측정해 이를 예술로 표현하는 것이다.
소리로 장소의 가치를 높여준다
랜드마크는 세계 곳곳에 널려 있는데 왜 ‘사운드마크’는 없을까. 박소현 사운드울프 대표(27)는 이 점에 주목했다. 특정 장소를 떠올릴 때 흘러나와야 할 상징적인 사운드를 찾아주는 사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박 대표는 연극 및 공연 연출과 작곡을 전공했다. 내러티브(서사성) 기반의 음악을 제작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래서 각 장소에 맞는 소리를 찾아주고 싶었다. 그가 세운 사운드울프의 주요 고객은 공간 오디오 브랜딩이 필요한 플래그십스토어, 휴게공간 등이다.

대표 프로젝트는 ‘소리식물’. 서울 곳곳의 소리를 듣고 자란 식물들이 ‘사운드가든’이라는 공간에 모여 저마다의 소리를 들려준다. 꽃, 나무 모양 스피커 형태로 만들어진 이 소리식물들은 각 장소에서 들리는 소리 음원을 따서 현대음악과 믹싱한다.

“도심에 들리는 건 대부분 소음이에요. 이걸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으로 ‘차단’할 게 아니라 오히려 예술로 버무린 것이죠. 그렇게 그 장소를 상징하는 소리를 갖게 되면 장소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질 겁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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