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마이클 김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입력 2023-12-28 17:44   수정 2023-12-29 00:12

“도대체 마이클 김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요?”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노린 공개매수에 나선 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마이클 김은 김병주 회장의 영어 이름이다. MBK는 ‘Michael ByungJu Kim’의 약자다. 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니다. 세 가지 의미가 녹아 있다. 첫째,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다. 둘째, 미국인 김 회장이 한국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 셋째, 혹시 우리가 모르는 수(手)가 있는 것 아니냐.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전례 없던 대기업 대주주를 향한 초대형 사모펀드(PEF)의 포격은 불발로 끝났다.

김 회장은 정말 무슨 생각이었을까. 미국 자본시장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인수가만 따지는 美 이사회
MBK의 한국앤컴퍼니 습격 사건은 외신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공개적 인수 제안은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대적이라는 용어도 웬만해선 쓸 일이 없다. 중요한 건 오로지 인수 제안의 적절성 여부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매겼느냐의 문제다. 결정권은 상장기업 이사회에 있다. 이사진이 주주 이익을 대변해 인수 제안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판단하면 끝이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기간에 미국에선 두 건의 인수 제안 소식이 전해졌다. 부동산 투자회사 아크하우스 연합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Macy’s)를 58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회사 측에 제안했다. 메이시스 이사회는 검토에 들어갔고, 인수자 연합은 실사를 허용하면 인수 가격을 높일 의향을 피력했다.

US스틸 이사회는 올해 여러 건의 인수 제안을 검토해야 했다. 경쟁사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에스마크가 각각 73억달러, 10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은 너무 싸다고 판단해 거부했다. 이사회는 지난 18일 141억달러를 제시한 일본제철의 제안이 주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미국과 다른 한국식 지배구조
한국앤컴퍼니가 미국 상장기업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MBK가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전만 해도 한국앤컴퍼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에 미치지 못했다. MBK가 아니어도 곳곳에서 이사회에 인수 제안이 쏟아졌을 것이다. 이사회가 제안 가격이 너무 싸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이사회는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자사주 매입 소각 같은 주주환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MBK 공개매수 실패에 따른 주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을 뿐이다. 이번 사태 때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에선 이사회에 요구하는 선관주의 의무가 주주가 아니라 회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소액주주에 손해를 미치는 결정도 이사회 배임으로 보지 않는다.

올해 포브스 기준 한국 자산가 1위에 오른 김 회장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미국인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수년간 불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튜어드십 코드, 행동주의 바람을 과대평가한지도 모르겠다. 결국 대주주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앞세웠지만 미국과는 결이 다른 한국식 지배구조를 간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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